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24
지난주에 청소년 상담사 면접을 보게 되었다고 썼는데 결과는 아쉽게도 떨어졌다.
조금은 예상했던 탈락이라 아쉽긴 했지만 놀랍지는 않았다.
왜냐하면 면접을 기다리면서 다른 후보자 한 명이랑 잠깐 대화를 했었는데 그분은 청소년 상담을 했던 경험이 있다고 했다.
그래서 청소년 상담 경력이 있는 후보자들이 먼저 뽑힐 가능성이 크겠구나 예상했어서, 면접에 최선을 다 하고 마무리하자고 생각했었다.
이거 하나 정도는 괜찮았는데 그 뒤에 지원한 공고들 몇 개까지 더 떨어지자 이제 진짜로 슬퍼지기 시작했다.
'이거 이렇게 하다가 진짜로 아무 데도 안 붙을 수도 있겠는데..?' 하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작년인가 재작년 즈음에 상담사 일을 하는 지인을 만났을 때, 그 지인은 나처럼 공백기간 없이 대학원 졸업 후 상담을 계속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취업이 어렵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렇다면 아마 올해는 더 어려워졌겠지.
요즘 전반적인 취업 시장 난이도가 더 높아진 이유 중 하나가 점점 더 높은 스펙을 원해서가 아닐까 싶다.
상담 업계도 다르지 않다고 들었다.
얼마 전에 상담사 커뮤니티에서 2급 자격 상담사들의 처우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다.
얼마라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는 없지만, 일반 중소기업의 신입 연봉보다도 적게 받는 경우가 많아 이런 현실을 비판하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그래도 석사까지 했는데 신입 월급 보다도 못 받다니.. 내가 상담을 중단했을 때와 상황이 전혀 달라진 게 없어서 착잡했다.
처우도 상담을 떠난 이유 중 하나였는데 다시 돌아가는 게 맞는 선택일까 하고 망설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공부를 시작했을 때 느꼈던 열정이 생각나 우선은 계속 도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처우도 안 좋은데 만약 아무 곳에서도 날 안 뽑아주지 않는다면 쿨하게(사실은 눈물 좀 흘릴 테지만) 다른 일을 찾아봐야겠다고 다짐도 했다.
아마 상담 업계 외에 다른 업계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일어나고 있을 거라고 예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구하는 스펙이 점점 높아지니 아무 데도 못 가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울며 겨자 먹기로 스펙 쌓기에 집중하는 청년들이 늘어나는 것 같다.
지금도 그렇고 기획자로 취업을 준비할 때도 경험해 본 바로 누가 스펙 쌓기란 무슨 맛인가요라고 물으면 죽을 맛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공부하는 게 늘 죽을 맛인 건 아니었다. 새로운 걸 배우며 느끼는 즐거움과 뿌듯함이 있었다.
문제는 해도 해도 끝이 보이지 않는 공부와 노력이 숨을 턱 막히게 했던 것 같다.
분명히 나도 내 나름대로 퇴근하고 나서 피곤한 몸을 이끌고 새로운 분야를 공부했는데, 출근해서 보면 어떤 동료는 내가 배운 것은 물론이고 추가적으로 다른 것까지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걸 마스터해야 취업, 이직, 혹은 승진에 유리하다고 해서 공부를 하고 나면 또 새로운 걸 마스터해야 한다고 한다.
뭐 이렇게 맨날 요구하는 게 많아? 나도 내 시간 가질래! 하고 조금 놀다 보면 어느샌가 나 빼고 새로운 분야를 잘 아는 사람들이 더 좋은 자리를 꿰차고 있다.
내 시간을 뭐 몇 년 가진 것도 아니다. 몇 개월만 안 해도 나를 앞질러가는 사람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한다.
앞으로 10년 후에는 어느 정도까지 스펙을 쌓은 초보 상담자들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아무튼 스펙 쌓기를 몇 년째 하다 보니 나는 내 한계를 인정하게 되었다.
아무리 새로 나온 것들을 다 공부하고 싶어도 몸이 한 개라 빠른 시간 안에 다 마스터할 수가 없다.
그리고 한 살 한 살 먹는 나이에 따라 체력도 그만큼 줄어들고 있어서 새로운 트렌드를 모두 따라가기가 점점 벅차게 느껴진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공부를 안 하고 싶은 것도 아니고, 나만 멈춰있는 기분은 나이를 먹어도 나를 불안하게 만든다.
할 수 있는 만큼은 노력해보려고 하고 있다.
노력하고 있는데 몸살이 났다?
몸에서 제발 쉬라는 신호이니 조금 멈춰준다.
공부 더 해야 하는데 생각만 하며 마음만 불안해진다?
시작만 하면 더 할 수 있는 상태이니 좀 더 공부를 해보는 식으로 말이다.
이러다 또 나를 앞질러가는 사람들을 보면 더 열심히 할걸 하고 후회할 테지만, 어떻게 365일 매 시간마다 열심히 살 수가 있어 사람이.
기계도 24시간 풀가동하면 아작 난다. 사람이라고 멀쩡할까.
스펙도 스펙인데 일단 나부터 건강하게 유지하면서 스펙을 쌓아볼란다.
조금 늦어도 뭐 어떡해. 이게 내 속도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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