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떡 직업을 찾는 모험 ep.25
인스타에 그림을 올리고 나면 왜 그렇게 고치고 싶은 게 보이는지 모르겠다.
피드에 다른 작가님들의 그림을 보고 오면 자괴감이 더 크게 찾아온다.
어떤 사람은 내 그림을 보고 비슷한 생각을 하겠지?(제발 그런 분이 있기를)
나 빼고 다 잘 그리는 것 같은 이 기분이란.
분명히 그릴 때 내가 추구하는 스타일 레퍼런스까지 찾아가며 열심히 그렸는데,
다 그리고 나선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었는데,
다른 사람들의 더 잘 그린 그림들을 보고 나면 갑자기 내 그림이 초라해 보여서 시무룩해진다.
그림도 그림이지만, 마케팅을 잘해야 팬층이 두터워진다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잘 안 잡힌다.
마케팅은 회사를 다닐 때도 어렵다고 느꼈는데, 1인 기업으로서 성장하는 과정에서 만난 마케팅은 더욱더 미지의 세계 같다.
마케터인 친구에게 물어보니 요즘 트렌드를 분석하는 것까지는 빠릿빠릿하게 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은 성공할지 안 할지 미리 파악하기 어렵다고 했다.
나는 원래 누가 봐도 확실한 결과보단 조금 불확실해도 색다른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희망과 호기심에 거는 쪽을 더 선호했다.
하지만 마케팅이 더 필요해질수록 누군가 내게 마케팅 해법을 건네주기를 간절히 바라게 된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머리 싸매고 생각해 봐도 모르겠는데 도전은 계속해야겠고, 해보고 나서 어떻게 될지 모르겠으니 답답함이 더욱 짙어진다.
새로운 진로에 도전하는 과정에서 힘든 것 중 하나가 일에 진척이 보이지 않을 때인 것 같다.
회사에 있을 땐 원하지 않아도 회사가 알아서 일을 준다.
하지만 회사를 나온 나는 이제 내가 나에게 일거리를 줘야 한다.
하지만 세상은 일하고 싶어 한다고 해서 냉큼 일을 주지 않는다.
내가 얼마나 매력적인 지원자인지 어필해야 한다.
생각해 보니 취업도 셀프 브랜딩, 즉 자신을 마케팅해서 취업시켜 달라고 어필하는 것 같다.
내가 얼마나 관련된 경험이 있는지 이력서에 나열하고, 내가 성실한 사람이고 이 일에 대한 열정이 가득하다는 걸 자기소개서에 설명한다.
대학교 졸업 시즌 때 처음 취업 준비를 하면서 자기소개서를 쓰다가 '이건 내가 아닌데..' 하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적극적인 매력 어필을 하려다가 과장이란 선을 아슬아슬하게 넘어버렸던 것 같다(없는 경험을 만들어낸 건 아니고 나의 강점을 부풀렸던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면접을 보고와도 난 내가 아닌 나를 면접장에 데려간 셈이고, 면접자 또한 자기소개서와는 영 다른 사람이 와서 당황했을 것이다.
마케팅이 이렇게나 어려운 것이었다니.
요즘의 나는 셀프 마케팅을 잘 못해서 그런지 취업 공고를 넣는 것마다 족족 떨어지고 있다.
이제는 지원서를 제출할 때 붙을 거라는 기대치도 떨어지고 있다.
캐릭터만 해도 고민할 게 많은 데 상담사 취업까지 나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준다.
그런데 다행인 건 아주 절망적이지만은 않다는 거다.
지난번에 말한 캐릭터 키우는 게임에 멍순이가 곧 입점할 예정이고, 아직 수익이 나진 않았지만 커피 값 정도는 벌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
또, 내가 인스타툰을 매주 그리는 것을 보고 지인을 통해 디자인 관련 일이 들어오기도 했다.
아직 한 손에 꼽히는 개수지만 이렇게 하나씩 해나가면서 제안받을 수 있는 일의 범위가 넓어지지 않을까 기대하는 중이다.
이러다 몇 년 후에는 상담과 전혀 다른 일들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상담사 취업이 생각보다 오래 걸릴 것 같아 플랜 B, 플랜 C까지 생각해 두었다.
조금 얘기해 보자면 상담 관련 봉사활동이라도 찾아볼 예정이고, 그 외에 상담 취업 때 도움이 조금 될 것 같은 워크숍을 열 예정이다.
계획을 세워놔도 늘 계획처럼 흘러가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계획이 있으면 정리가 안 되는 생각들의 멱살을 잡고 목표에 데려가 조금이라도 정리할 수 있어져서 좋다.
그래도 요즘 느끼는 건 꾸준히 한다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거고, 불확실함을 안고 꾸준히 하다 보면 작은 일이라도 제안이 들어온다는 거다.
물론 내가 발전하려고 노력한 것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내 캐릭터 멍순이를 처음 그렸을 때 하고 요즘 그리는 멍순이의 그림체를 보면 조금 달라진 점이 있다.
중요한 포인트는 똑같지만 선의 느낌 등이 달라졌고, 주변에서 캐릭터가 전보다 더 귀여워졌다는 평을 들을 수 있었다.
이제 캐릭터 사업을 시작한 지 약 8개월이 지났다.
끈기 있게 오래 지속하는 일을 잘 못하는 내가 8개월 동안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인스타툰을 올렸다는 건 나에게는 꽤 뿌듯한 일이다.
어디로 흘러가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이왕 시작한 일들은 끝을 볼 때까지 우선 열심히 해보자.
찰떡 직업을 찾아 모험을 떠나는 강아지 멍순이 이야기가 궁금하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