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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Apr 30. 2019

마음에 들게 대충 살자

by 은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의 일상 사진)




   나는 대학을 갓 졸업한 백수다. 전공이 백수라면 부전공은 취준생이랄까? 데헷. 전공과 부전공이 뒤바뀌어야 하나 싶지만,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자연스럽게 바뀔 것이다. 순진해빠진 대책 없는 삶이 결국 어떤 말년으로 이어질지... 실험정신으로 한 번 살아볼까, 하는 반항심이 비쭉 솟아오른다. 참으로 철없고 내게 무책임하다. 알면서도 꼭 삐딱선을 타야 나는 속이 시원한가 보다. 

  요즘 '대충 살자~'라는 말이 많이 들린다. 다들 나름대로 열심히 살고 있는데  ‘그래도 숨통은 트고 살아야지.'라고 내뱉는 한숨 섞인 외침인 것 같다.

   근데 나는 진짜 대충 살고 있다. 때때로 혹은 자주 나는 내 삶을 무책임하게 방치한다.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이불 속에 꼼짝 않고 누워있을 때 그렇다. 그리고 별 계획 없는 일상도, 하루살이같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르는 수동적인 삶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서도 계속해서 그런 충동적이고 수동적인 삶을 살고 있다. 한탄은 길을 잃고, 터져버린 수도꼭지마냥 콸콸 흘러넘친다. 불특정다수를 향한 '내 얘기를 좀 들어보소. 내가 이렇게 한심하단 말이오.'와 같은 자기혐오도 거대한 자기애를 바탕으로 힘을 발휘하는 거 같다. ‘이런 이야기도 남들이 너른 마음으로 읽어줄 거야.’라는 무근본의 자기애로 뭉친 뻔뻔함에 고개가 절로 떨궈지면서도, 멈추지 못 한다. 









자신에 대한 통제력이라고는 1도 없이, 망아지처럼 날뛰는 생각과 감정들을 손 놓고 쳐다만 보고 있을 때가 있다. '어머, 내가 돌부리에 곧 넘어질 거 같아.' 예상하면서도 특별한 조치 없이 넘어지게 둔다. 귀찮아서, 혹은 어찌할 바를 몰라서. 만약 내가 부모라면, 아주 무심하고 잔인한 부모일 것이다. ‘뭔가 이렇게 해서는 망할 거 같은데...’라는 싸한 불안감이 엄습해도 무기력하게 누워있다. 사실 불안감에 짓눌려서 누워있는 거 같기도 하다.   

  가슴이 간질간질하고 답답하다. 숨도 턱턱 막히는 거 같다. 왜 알면서도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까? 에너지가 부족한가? 오늘 저녁식사를 건너뛰긴 했다. 저녁을 커피로 대신했더니 배고픔에 온 몸이 덜덜 떨린다. ‘이 못된 주인아, 네 몸 좀 보살펴라. 몸도 보살피고 마음도 좀 보살펴라.’라고 몸이 말하는 게 귀에 들려온다. 

급작스러운 전개지만, 다시 상담을 받아야 할 때가 온 거 같다. 이번 알바비는 상담을 받는데 다 써버려야겠다. 대학교내 학생상담센터가 아닌 곳에서의 상담은 처음인데, 내게 맞는 상담선생님을 잘 찾아야겠다. 그 전에 후식으로 먹을 맛있는 푸딩 하나 사야겠다.   



by 은 

instagram @eun7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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