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연해
수많은 사람 중에 안녕하고 안부를 묻는 너의 음성이 나를 산산조각으로 부서지게 흔들어도 아무런 반응도 할 수 없는 건 너를 너무 많이 좋아해서야.
비가 쓸쓸하게 내렸고 음악은 감미롭고 너는 멀리 있어.
팔리지 않지만 글은 계속 쓰고 싶다고 내가 아는 신에게 매달렸고 삶의 단비는 내리지 않고 나는 너를 자꾸만 안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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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게 속지 마. 가끔은 마음이 가짜일 때가 있어. 더 높은 뜻을 생각해야 해.'
너는 말했어.
너는 높고 눈부시고 마음이 없어서 쓸쓸하겠다.
나는 너의 나약함을 빌었는데 나처럼 꼭 약한 사람이길 바랬는데 그 말을 하는 너는 너무 강한 사람 같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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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마음이 견뎌지는구나.
너는 사무치게 보고 싶은 시간이 견뎌지는구나.'
나는 생각했어.
나는 눈을 감아도 보이고 보고 싶다는 말을 할 수 없음에 가슴이 무너져 종종 주저앉아.
그러다가 마음이 나를 집어삼킬 듯이 달려들어 결국 무릎 꿇고 울어버리지. 한참을 비참하게 울다 보면 보고 싶은 게 너인지 시간인지 묻어둔 어떤 이야기인지 아무것도 아닌 건지 뭐가 뭔지 모르게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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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다른 새날이 왔고 안녕하고 안부를 묻는 너의 목소리는 태연했고 초췌했고 나는 웃었어.
너의 다정한 목소리가 내 마음 스며들어 나는 설렜고 숨이 턱 하고 찼고 너는 무심했어.
높고 눈부시고 마음이 없어서 쓸쓸해야만 하는 너는 슬픈 밤하늘에 떠있는 달빛이고 내가 그 달빛을 아주 많이 좋아하니까 괜찮아.
너는 계속 그렇게 아무것도 몰라도 우리가 함께 머문 그 순간의 공기는 사라지지 않을테니 괜찮아.
달빛이 쏟아져 내릴 마음 의자는 언제나 비워둘 거니까.
따뜻하고 온화하고 덩그렇게 적막한 너의 목소리 그 음성의 파장이 나의 심장을 뛰게 해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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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종종 굴복하기에 너에게 어떤 이야기도 해줄 수 없어 그 비밀을 모를거야. 하지만 혹시라도 이 아까운 시간이 다 사라지기 전에 네가 알게 된다면 네가 살아가는 세계 일부와 내가 살아가는 세계 일부가 혹시라도 마주치게 된다면 우리는 약하고 낮고 부족하고 상처투성이인 그곳에서 서로를 알아보는 투명한 영혼을 갖게 될 테니까.
그러니까 다 괜찮아.
by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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