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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Sep 27. 2019

나를 잊어줘...부탁이야

by 감성옥장판

3일을 제대로 먹지도 못 하고 잠도 못 잔 상태로

찾아가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던 게 아무것도 없던 나는

길고 긴 시간 이동해서 무작정 너를 찾아갔어.


그리고 거기서

보여주고 싶지 않았던,,, 정말로 들키고 싶지 않았던 모습을 보이고야 말았어.


너에 대한 배려도 없이 무모하게 찾아 간 내게 불 같이 화를 내던 너는 그런 나를 보고는 적잖이 놀란 듯했어.


숨이 가빠오고 심장을 칼로 난도질하는 것 같아 움켜쥐든 가슴을 쥐어뜯든 하고

나오는 것도 없는 구토를 하고

손발이, 온몸이 떨려오고 입술이 바짝 말라가고 목은 타들어가 목소리도 안 나오고

눈앞은 하얘지고 하늘은 빙글빙글 도는......


회사를 관둔 후로는 없던 그 증상이,

끝까지 너에게만큼은 보이고 싶지 않았던 그 모습이...


어째서 하필 그 날이었는지

어째서 하필 너의 앞이었는지

어째서... 정말 어째서........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곤 너를 보러 오는 것뿐이었던 너무나도 간절했던 그 상황에서 터져버린 건지....


3일을 제대로 못 먹고 못 잔 탓인 건지

너와의 끝으로 인해 너무도 아팠던 3일 동안이 지난날 내가 이런 증상을 얻게 된 이유보다도 큰 스트레스가 된 건지는....

잘.. 모르겠어..


그런 모습을 보이고 왜 그런 증상을 얻게 되었는지 까지 설명하게 된 나는...

너에게 나의 치부를 들키고 만 나는......

솔직히 말해 죽고 싶을 만큼의 좌절감을 느끼면서도

아이러니하게도 너를 놓을 수 있게 되었어.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너를 완전하게 포기할 수 있게 되었어..


아..... 역시 우린 아니구나....

깊어지기도 전에, 그것도 이제 그만하자는 와중에 이런 모습까지 보이게 되다니...

아..... 나는 너에게... 여기까지 인가 보다...

체념하게 되었어.




안녕을 말하던 자리였지만 그런 모습을 보인 내 옆을 한동안 지키다가 난 너에게 부탁이 있어..




놀라고 당황스럽고 예상도 했었다지만 안쓰럽고 불쌍하고 그래 역시 우린 아니야.... 그런 너는 힘들어..

라고 말하는 듯 한 너의 그 복잡 미묘하던 눈빛..



나는.. 아픈 거야.

독감처럼, 장염처럼 마음이 정신이 아픈 것 일 뿐이야

너도 겪어봤다며..

난 그냥 너보다 증상이 심했던 것뿐이야.

나는 안 된다는 너의 그 많은 이유 중에 나의 아픔까지 끼워 넣지 말아 줘..

그런다면 아마도 나는 이대로 영영,,, 무너져버릴 거야...



나를 불쌍히 바라보던, 안 쓰러이 여기던 너의 눈빛과

나를 한참을 보며 들었을 너의 생각들을 

내 옆을 지켜준 내내 숨 쉬듯 내뱉던 너의 깊은 한숨에 섞어 함께 날아가게 해 줘..




무엇보다도.....  

나를 잊어줘..

그런 나를, 그랬던 나를 잊어줘.

그리고 

그런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지 말아 줘.



제발,

너의 기억 속에 나를 그런 눈빛으로, 그런 모습으로 담아두지 말아 줘...



나를 잊어줘......... 부탁이야....




감성옥장판

instagram @p.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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