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새벽은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아침형 인간 뭐 그런 것은 아닙니다. 부지런함과는 더더욱 거리가 있습니다. 나는 그냥 새벽에 일어나 이것저것 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영화를 본다든가 그림을 그리거나 무언가 찾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편지와 오래된 책, 앨범을 뒤적거립니다. 컴퓨터 폴더 속에서 잊고 있던 데이터를 발굴해 내기도 합니다. 새벽에 어울리는 음악을 선곡하여 커피를 들고 달을 찾아봅니다. 나는 잠들기 전 일찍 일어나기 위해 다짐하기도 했습니다. 새벽의 거리는 어쩌면 어제의 그곳과 같은 장소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새벽은 오늘 하루만을 위해 새롭게 태어난 신상일 것입니다. 눈앞에 커다란 선물 상자를 바라보는 어린아이의 마음으로 새벽을 기다립니다. 낯선 여행지에서의 새벽 산책도 즐거운 일입니다. 갓 만들어진 것 같은 신선한 공기는 달고 맛있습니다. 나는 동경과 오사카에서 아침을 맞은 적이 있습니다. 이른 아침 거리를 나서면, 사람들로 북적거렸던 번화가는 여행지에서 또 다른 여행지로 이동한 것처럼 전혀 다른 세상으로 변해있습니다. 아침을 여는 사람들이 하나둘 가게 앞을 청소하고 청소차가 쓰레기를 수거하는 것을 봅니다. 청소차의 소음과 인사를 나누는 소리, 물 뿌리는 소리, 까마귀 우는 소리는 기분 좋아지는 백색소음으로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아침 거리가 깨끗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보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새벽에 일어나는 은밀한 즐거움은 수백 수만 가지입니다. 새벽에 사물들과 행위에 하나하나 새벽이라는 단어를 붙여보기도 합니다. 새벽달, 새벽 커피, 새벽 산책, 새벽 영화, 새벽 독서, 새벽 인사, 새벽 글...... 이런 것들은 하나같이 분위기를 갖고 있습니다. 나는 토요일 밤이 되면 일요일 새벽을 위해 이른 저녁잠 들기도 했습니다. 아내는 그런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아침에 일어나는 소음에 예민한 투정을 하곤 했습니다. 아침잠이 많은 사람은 아무리 이야기해도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죠-타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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