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구불시착 김택수 Dec 29. 2021

2021마스크展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왔습니다. 



우주 유일한 인류의 낙원으로만 알고 있던 지구는 몸살을 앓알았습니다. 우리는 매일매일 확진자의 숫자를 이야기했습니다. 멀게는 우리보다 좀 더 위험한 국가의 사망자 소식과 가깝게는 마스크를 하느니 마느니 하는 사람들의 실랑이를 겪어야만 했습니다. 나라마다 공항이 문을 닫고 전 세계의 스포츠가 멈추었습니다. 사회적이란 말을 앞세워 서로의 관계에 조금씩 거리를 두는 지침을 따라야만 했습니다. 졸업식과 입학식, 결혼식, 웬만한 시상식까지 온라인으로 치러야만 했습니다. 외출 시 마스크를 깜박하고 나왔다가 허겁지겁 돌아간 출근길도 흔했습니다. 어떤 면에서는 일생을 두고 회자 될 수 있는 이야기거리가 몇 가지 더 생겼습니다. 지구는 언제든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칼 세이건의 말처럼 창백한 푸른 점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몇 명이 모이든 자리를 꽉꽉 채워 담소를 나눌 수 있는 일상으로 돌아왔습니다. 마스크를 쓰지 않아도 됩니다. 우리가 모두 마스크에 집착하던 시절, 반쯤 가려진 얼굴이 누군지 알아보기 위해 마스크를 벗어야 했지만, 지금은 반대로 손을 마스크 모양으로 해서 얼굴의 반을 가려주고 나서야 반가운 얼굴을 알아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그 시절 마스크는 우리의 얼굴이자 시대의 자화상이었습니다. 






글 김택수

instagram@ illruwa2


매거진의 이전글 책방을 위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