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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불시착 김택수 Aug 09. 2022

장마 평화 커피

김택돌





‘전철이 지나가는 모습을 놓치지 않고 보는 것이 내겐 평화’라는 시를 읽었을 때.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그림은 전철이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나의 모습이었다. 대개는 아무 할 일 없이 베란다에 잠깐 나왔을 때 마침 우리 집은 전철을 볼 수 있는 장소여서 좋았다. 그것은 20여 년 전 일산에 살았을 때도, 30년 전 히가시쓰미요시東住吉에 살던 때, 아니면 그보다 더 오래 미나미카난쬬南河南町에 살고 있을 때도 그랬다. 특히 첫 차를 보기 위해 기다리기도 했고, 막차가 지나가면 전철에 탄 승객의 이야기가 궁금해지기도 했다. 왜 그랬는지 이유를 생각해보면 멀리서 보는 느긋함이라 할까. 바다도 그랬다. 바다의 수평선은 내 마음을 가로로 눕히는 마법이 있다. 그래서 삶에 지친 사람들이 바다로 가는 것일지도 모른다. 나는 지금 편안하다. 편안을 알지 못했던 사람이 시라는 한 구절에서 편안을 누릴 자격을 부여받은 느낌이었다. 나는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볼 수 있다. 갈색 원탁과 모나미 볼펜, 아이스 아메리카노, 동그랗게 말린 충전기, 야구공, 우산, 책과 노트, 불리는 이름마다 한 장의 스냅사진으로 남겨두겠다며 사진에 담았다. 창밖은 장마, 조명을 일부만 밝혀둔 카페 안에서 나는 글을 쓰고 있고, 로우 파이 재즈는 분위기를 달군다. 오늘 김밥 어땠어?라는 아내의 문자에 끝내줬다고 남겼는데 이는 거짓말이 하나도 없다. 하트가 뿅뿅하는 이모티콘이 되돌아온다. 장마는 오늘 밤부터 최대 고비가 될 것 같다고 하는데 내 마음은 흔들림 없이 아직 괜찮다. 그런 평화가 계속되길 바라며 따뜻한 커피를 연하게 마셔볼까 한다.





by 김택돌

instagram @illru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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