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사운트 트랙
음악 없이는 못 살 것 같은 때가 있었다. 수입이 생길 때마다 카세트테이프를 하나씩 적립했다. 그것은 Bohemian Rhapsod였다가 Welcome to the Jungle이었고 I`ll Be There For You이기도 했다. 이어폰을 꽂고 볼륨을 끌어 올렸다. 귓속에 소리가 꽉 차면 새로운 세상이 만들어지곤 했다. 현실과의 단절을 통해서 나만의 세상이 되었다. 그 노랜 또 Vangelis처럼 불꽃 전차를 만들어 달리게 하고, 장국영처럼 맘보를 추게도 했다. A Whiter Shade Of Pale처럼 시의 영역으로 빠져들기도 했다. 나는 거의 모든 장르의 음악을 좋아했다. 음악은 담배와 음주, 마약 같은 불량세계로부터 보호해주는 안전지대였다.
지금 스마트 폰에는 음악이 하나도 들어있지 않다. 음악과 멀어져서가 아니다. 시대의 흐름이 다운로드에서 스트리밍으로 변했던 이유도 있을지 모른다. 설마 그런 일이 없더라도 앨범을 구매하거나, 플레이 리스트를 만들거나 하는 일에서 큰 감흥을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오히려 ASMR같은 백색 소음이나 팟케스트, 책 읽어주는 북튜버의 목소리에서 마음이 편온해진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은수의 허밍 같은 나른함이 지금의 나에게 잘 맞는 음악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하루를 보내는 곳이 카페이고 이 공간의 음악을 끊기지 않도록 해야 하는 것도 업무 중 하나이다. 카페 음악은 주로 유튜브를 통해 조달하는데 보통은 보사노바 같은 경음악을 듣기도 하고 스타벅스 풍의 노래를 틀기도 하지만 가끔 나의 주장을 내세워 추억의 노래를 들어보기도 한다. zard, dreams come true, サザンオールスターズ 같은 추억의 일본노래를 틀어 놓기도 하고 이랑, 잔나비 같은 좋아하는 인디밴드의 노래도 카페 리스트 중의 하나이긴 하나, 요즘은 새로운 곡이 듣고 싶다는 이유로 씨티 팝 종류의 알고리즘에 의지하는 편이다.
그런 요즘, 날아들어 온 음악이 있다. 유튜브 알고리즘이 가져다준 선물이었다. ‘Till It's Over ’ 알고 보니 애플 광고로 유명한 노래였다. 카페 분위기에 더할 나위 없을 정도로 스마트한 뮤직이다. 들을 때마다 애플의 선곡과 시대를 리드하는 감각에 탄복할 따름이다. 내가 잠시 한눈을 팔 때면 카페와 책방의 사물들이 곡의 멜로디를 기다렸던 것처럼 춤을 출지도 모르는 일이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애플 광고 음악으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었다. 성능이 좋은 헤드폰을 통해 또 다른 세상으로 연결되는 통로를 걸어보고 싶다.
by 김택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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