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하는 것 중에 아마 최고가 정리일 것이다.
널브러져 있는 물건들 사이로 어쨌거나 찾는 물건이 있었고,
쌓여버리면, 한동안은 쌓인 채로 먼지와 함께 장식이 되고는 했다.
주변이 정리되어야 머리도 그렇다는데, 야생화처럼 머릿속도 지맘대로 피어있다.
가끔 까먹는 일 정도는 내가 체계가 없어서가 아니라,
정리 잘하는 사람들도 그렇지 않을까? 하며 사람의 속성으로 치부해 본다.
내가 물려받은 유전자 중에는 아마도 정리정돈이라는 유전자는 빠져있는 게
분명하기 때문에 정리에 대한 급함도 없다.
그렇지만, 정리되어 있는 상태의 어떤 것이 좋은 건 나도 그렇다. 나도 눈이 있으니 말이지.
그래서 늘 정리에 있어서는 흐린 눈으로 둘러보고
'이만하면 되었지'한다.
예전에는 그런 생각을 했다. 왜 청소요정은 진짜 없는 것인가.
아마 정말로 존재하는 거였다면, 나한테 욕했을지도 모른다. 요정인데.
그럼 나는 또 욕을 먹고 집이 깨끗해져 있는 것을 좋아하며, 어지르겠지.
아마 그래서 우리 집에 안 오는 걸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흐린 눈으로 내버려두고 나는 딴짓을 열심히 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