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미스박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상하고 아름다운 Jun 11. 2019

70프로

just about right

"항상 물을 잔의 70프로로 넣으란 말이야." 


"미스박 이리 와봐 이거 너무 진해 물을 더 넣어 써서 못 마시겠어"

그 후로 나는 물을 더 넣기 시작했다. 홍삼액의 양도 줄이고 좀 더 투명한 갈 색이 나도록 만들었다.

홍삼의 냄새는 고약했다. 

요즘엔 본 적이 거의 없는 교복을 입고 지나가다 본

개, 염소, 양파, 인삼 등의 랜덤 한 단어가 적힌 문 열린 탕약원에서 나는 냄새 그것과도 닮아있었다. 


학생 때  꽤 오래 특급? 5성 호텔에서 흰장갑을 끼고 흰 투피스 정장같은 유니폼을 입고 아르바이트를 했다.

나는 그곳에만 가면 우울했고 늘 똥 씹은 표정으로 일했던 거 같다. 

머리끈의 색이 검은색이 아니라 갈색이라 집에 가야 하는 사람도 있었다. 

룰은 룰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집에 갈 때는 공항은 아니지만 검색기를 통과해야 했고 어느 날은 몸수색과 가방검사를 하기도 했다. 

파티에서 굿즈로 나누어준 물건이 티파니의 파란 상자에 리본으로 묶인 것이기라도 하면 몇백 명 온 사람들 중에는 (그걸 왜 안 가져가지?) 그냥 테이블 위에 놓고 가는 사람도 있고 했기에, 그걸 가져갈 수 있는 많은 수의 푸드 웨이터는 의심의 대상이 되기 마련이다. 

호텔 안의 세계는 촘촘한 계급으로 이루어진 군대 같았다. 

헤드 셰프는 요리는 하지 않지만 전쟁을 지휘하고 소리를 지르면 사람들은 그의 리듬에 맞춰 움직였다. 

셰프가 홀에 나왔다가 

우리는 줄 맞춰 서서 기다렸다. 맨 앞줄에 나를 보고 

"웃어"

"웃으라고"

를 명령? 했다.

"네가 지금 어디서 일하고 있는 줄 알아? 그러니까 웃어"

나는 바로 대답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어쩌라고의 표정을 약간의 미소와 함께 보여주기만 했다.


그곳의 손님들은 홍차에 우유가 필요하냐고 물으면

just about right이라는 지만 알고 나는 모르는 어떤 정량을 말했다.

drop of milk, tiny bit of milk, lihgtly cloudy, touch of cloud 이래서 진짜 우유 몇 방울 주면 더  더 더 더 달라고 했다. 

결국은 구름이 꽉 찬 하늘을 만들어놓고 sophistgated(세련되고, 섬세하고, 까다로? 운) 한 자신을 만족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그냥 네가 그 앞에 우유 저그 있는데 부어서 처먹으면 안 되는 걸까, 자기 입맛은 자기가 제일 잘 알 텐데.

물론 내가 하는 일이 그 일임에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이때의 나는 지금보다도 더 꼬여 있었기에 모든 것을 그냥 보지 못했다.


나는 결국 찻잔의 물을 8-90퍼센트나 채우는, 그런 못 배운 애로 (이게 어디서 배워야 하는 문제인가? 그것은 가정교육의  영영인가?) 살기로 했다.

그런것을 잘 알아서 눈치빠르게 빠릿한 몸짓으로 남의 기호를 딱딱 맞추는 센스있는 사람이 되는일은 이 사회에서 미덕처럼 여겨진다. 그런데 그게  내가  되고싶은 일이 아니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 쟤가 만진 거 아냐?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