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칠하면 망하지?
연필로 그리기 시작한 그림은 고민 끝에 점점 괜찮은 모습으로 변해 간다.
그런데 이제부터가 문제이다.
색을 하나 둘 칠하면서 점 점 예상했던 그림과는 다른 곳으로 가고 있는 걸 발견한다.
그럴 때 망했어라는 말을 뱉으며, 그렇게 그림에 흥미를 잃기 쉽다.
그런데 내가 생각하는 그림의 상이 조금 더 구체적이라면 내 그림을 좀 더 괜찮은 곳으로 데려갈 수 있다.
고심하고 고민해서 그림을 연필로 스케치했다면, 채색할 때에도 그에 맞는 색이 어떤 색인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아무 색이나 집어 들고 시작해서 그다음 또 즉흥적으로 아무 색이나 고른다. 이렇게 여기까지 두 가지 색 안에서만 표현한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녹색과 핑크를 칠했다면 녹색 계열의 다양한 연두, 쑥색, 청녹 등을 핑크는 흐린 돼지 분홍, 빨강 등 연계된 색으로 색의 종류를 확장했다면 어땟을까?
그러나 대부분의 문제는 여기서 색을 하나둘씩 개연성 없이 마구 늘려 나가면서 칠하면서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그러다 보니 점점 이상해 보여 그걸 또 막아보려고 이색 저색 칠한다.
"아. 참 아쉽네요."
"아까 스케치는 참 좋았는데.."
처음의 생기를 잃은 그림은 정말 아쉽다.
그림은 망치면 다시 그리면 된다.
이미 한 번 그린 그림은 다시 그리면 더 정리된 선을 갖게 될 것이다.
약간의 계획과 조사
옷 입기 전, 혹은 여행을 떠나기 전 가방을 싸면서 내가 가는 장소와 목적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옷을 챙기게 된다. 배낭을 메고 기차를 타고 가는 일박이일 여행인지, 기다리던 회사의 면접날인지
이티 셔츠에 저 바지 그렇다면 그 바지에 어울리는 운동화는 어떤 게 있지 아 내일은 이런 느낌으로 입어야겠다. 정도만이라도 계획을 한다면 아니면 입었다 벗었다를 해가며 맞춰갈 것이다.
원하는 색을 칠해보고 그 조합이 어울리는지, 다른 색은 어떤 게 어울릴지 채색 샘플을 만들어 볼 수도 있다. 그게 힘들다면 제한된 수의 색의 골라보자. 딱 5가지의 색연필만을 이용해 그려보는 것이다. 어떤 제약이 생기면 그 안에서 또 다른 작은 움직임을 만들 수 있게 되기도 한다.
예를 들면 텍스쳐를 다르게 한다거나, 흐린 게, 더 진하게 등으로 색으로 명암도 넣을 수도 있다.
그 색을 고르고 칠하고 하는 것은 자동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우리가 실망하는 것은 아마도 힘들게 그려서 여기까지 왔으니 채색은 조금 더 수월 할 것으로 생각해서인지도 모르겠다.
채색하기 전에도 리서치라는 것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