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돌이 이방인의 365일

2부 : 작가살이 - 나만이 없는 그 곳

by 칠일공



그런 날 사이의 어떤 날. 서른 살의 어느 여름.


분명 어제까지는 고향 땅에 있었는데, 어느새 나는 다시 서울로 돌아와 있었다. 나의 떠돌이 인생은 어릴 적 대학에 진학하며 부모님품을 떠나 자취를 시작하며 본격적으로 시작되어 버렸다.


처음에는 고향의 대학교 주변에서 거주하다 자퇴 후 재입학을 하며 경기도 이천으로, 졸업 후 서울로, 서울에서 다시 고향으로 귀향했고,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 못해 헤매다 쌍둥이 여동생의 회사 발령 근무지를 따라 이번에는 경기도 수원으로 함께 올라왔다. 대학 교수님의 추천으로 모교의 조교로 잠깐 근무하게 되었는데 수원에서 학교까지 출퇴근이 멀어 강북의 학교 옆 고시원에서 지내다, 그 생활을 지속할 필요성을 못 느껴 결국 그만두었다.


제대로 된 직장을 얻기 위해 수원에서 서울로 다시 상경하게 되었다. 새로운 방을 얻고, 직장을 구할 때까지 급한 대로 바리스타 일을 구했다. 동부이촌의 한 고급 아파트 커뮤니티 센터의 라운지 카페였다.




카페에서 만난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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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도자기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 주민을 만났다.

나의 근무지는 아파트 주민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 시설의 카페였는데 그 주민은 항상 같은 자리에 앉아 도자기에 그림을 그렸다. 어느 날 서빙을 하다가 도자기에 사용되는 물감의 종류에 대한 질문을 했다. 주민은 흔쾌히 대답해 주었고 그것을 계기로 잠깐의 대화를 나누게 되었다. 그런데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주민은 나의 대학원 동문이자 내가 재입학했던 학교에서 교수를 지냈던 분으로 나와 상당한 연결고리가 있는 사람이었던 것. 선배님은 나에게 미술 전공자가 왜 이런 곳에 있냐고 크게 호통을 쳤다. 반가움과 동시에 뭔가 모를 부끄러움이 들었지만 나에게 카페 일이란 공백기에 생계를 이어주는 유일한 수단이었기에 그만둘 수는 없었다. 선배님은 나의 그림 전시를 찾아주었고 작품에 대한 평가와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얼마 후 나는 어느 회사에 스카우트 제의를 받게 되면서 그 커뮤니티 센터 카페를 그만두게 되었다.

선배님의 연락처를 받고 마지막인사를 나누었다. 그 후로도 마치 은사님을 대하듯 여전히 안부를 물으며 지내고 있다.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먼저 말을 걸었던 용기.


그 덕분에 귀한 인연을 만났던 것 같다.

어딘가를 떠나고, 다시 돌아오고, 누군가를 만나고, 또 작별하고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항상 그렇듯 만남은 뜻깊고 이별은 아쉽다. 나의 365일은 하루하루 쉼 없이 흘러가고, 그 흐름 속에 만남이 있다면 이별도 있었다. 누군가를 보내면, 그다음 누군가가 온다. 지나온 시간 속에서 어떤 머무름에도 무의미한 만남은 없었듯이 말이다. 어느 곳에도 정착하지 못했던 떠돌이 이방인의 발자취. 그렇게 마음을 나눈 인연은 더욱이 소중하다.






이제는 제2 의 고향이 되어버린 도시 서울.
이곳에도 좋은 사람들은 존재했고,
어느덧 삭막한 도시의 삶에 정착해 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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