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작가살이 - 나만이 없는 그 곳
커피를 마실 줄 몰랐던 어린 시절, 나는 커피우유를 마셨다. 성인이 되고는 우유가 들어간 라테를 마셨다. 원두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내가 고향에 잠시 머무는 동안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러 갔던 이유는 그저 커피 향기와 카페라는 공간이 좋았기 때문이었다. 커피를 못 마시는 바리스타라니, 참 아이러니하다. 커피를 배우며 자격증을 딸 때쯤엔 조금씩 아메리카노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카페에서 일하는 동안 느낀 감정은, 참 묘했다. 그것은 내가 모든 것으로부터 잊혀, 마치 새로운 세계에 존재하는 듯한 느낌이었달까. 커피 향기를 맡으며 카페를 오픈하는 것, 하루에 한 잔씩 마실 수 있는 커피 한 잔, 그 모든 것이 좋았다. 처음으로 일하는 것이 즐겁고 마음이 평온하고 잔잔했다. 수많은 직업과 직군에서 일을 해왔지만 나에게 가장 베스트였던 직업을 꼽으라면 단언컨대 바리스타라고 말할 것이다. 수많은 스트레스에서 해방되었고 출근 전에 불안하지 않았던 유일한 직장이었다. 그 덕분에 생각했던 것보다 꽤 오래 카페에서 일했다. 단기간 아르바이트만 할 생각이었으나 2년을 넘게 일한 것이다. 큰 걱정 없이 살다 보니 그만큼 시간이 잘 흘러갔다.
카페 일을 그만두고 다시 서울에서 바쁜 나날을 보내게 된 뒤로도 나는 종종 카페를 찾았다. 대형 프랜차이즈 매장보다 작고 아담한 개인 카페를 좋아했다. 대형 카페에는 없는 시그니처 메뉴를 주문하고 커피를 기다리는 그 순간은 지독하게 바쁜 일상 중에 아주 잠깐 의 휴식이 허락되는 시간이었다.
아직도 커피 맛을 잘 모르는 내가 여전히 카페를 찾는 이유는 하나다. 커피 한 잔으로 인해 여유와 시간을 선물받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가끔 카페에서 업무를 보거나 그림 작업을 할 때는 반드시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하곤 한다. 작은 카페에서 내가 느낄 수 있는 온전한 휴식의 순간을 헤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오늘도 퇴근 후 단골 카페에 들러 커피를 마신다.
고된 하루의 끝에 커피 향기가 주는 작은 위로.
그 달콤함은 커피보다 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