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작가살이 - 나만이 없는 그 곳
심리상담사가 물었다.
그 무렵 나는 나라에서 운영하는 예술인 심리 상담을 받는 중이었다. 나의 속마음을 시원하게 털어놓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전 모르는 남에게 나의 치부를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았다. 나의 사회적 가면과 완벽주의적 성격, 강박적 사고, 불안함, 무기력함 등 고치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어떻게 풀어서 설명해야 할지 잘 몰랐던 것 같다. 아니 어쩌면, 나도 모르게 심리상담사조차 속이고 있었던 것 같다. 그 순간에조차 여전히 나는 ‘광대’였다.
두 번째 회차에서 심리상담사가 이런 말을 했다.
“나에게조차 본인의 진심을 말하지 않는데 더 이상 상담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요?”
그 말을 듣는 순간 ‘아, 들켜버렸구나.’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리고 상담 회차가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다음 상담을 가지 않았다. 그날의 회차가 마지막 상담이 되어버렸다.
“다음 상담자 예약을 위해서 상담은 여기서 종료하겠습니다.”라는 형식적인 문자가 왔고 나는 답을 보내지 못했다. 조금은 씁쓸했던 것 같다. 심리상담사가 내담자의 마음을 일일이 돌봐주진 않는다는 걸 잘 알고 있었는데도 말이다.
나는 어릴 적부터 ‘하루 일기’를 썼다.
길게 쓰지 않고 하루에 한두 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짧고 간략하게 기록한다. 그날도 어김없이 그날을 기록하는 일기를 썼다. ‘심리 상담 무사히 종료’라고 써내려가다 보니 비로소 나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 그와 동시에 마지막 상담 날 심리상담사가 했던 마지막 말도 떠올랐다.
그 무렵의 나는 누구에게도 나의 마음을 말하지 못했다. 진실을 그대로 적지도 않았다. 누가 읽는 것도 아닌데 나 혼자 보는 나만의 일기장에조차 왜 좋은 이야기만을 쓰려고 했을까. 왜 나는 상담이 끝나고 나면 다시는 볼 일이 없을 상담사에게조차 좋은 모습만 보이려고 했을까. 여전히 나의 가면은 벗겨지지 않았고 여전히 나는 광대인지도 몰랐다. 아니, 어쩌면 이 모습이 익숙해져 버린 건지도. 그것도 아니라면 결국 이것이 나의 진짜 모습일지도 모르겠다.
지금도 나는 나를 잘 모른다.
그리고 아직 그 해답을 찾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