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 : 작가살이 - 나만이 없는 그 곳
어느 유명인이 그런 말을 했다. ‘자려고 누웠을 때 아무 걱정이 없으면 행복한 사람’이라고.
그 당시의 나는 수면시간 자체가 사치였고 누워서도 수많은 걱정에 사로잡혀 그 상황을 꿈으로 꾸기도 했다. 그렇게 길지 않은 쪽잠을 자다 알람 소리에 눈을 뜨면 또다시 쳇바퀴 같은 하루가 반복되었다.
그런 날이 있다. 아무 이유 없이 마음이 그저 그런 울적한 날.
한동안 그림을 쉬게 되며 쉬는 날 서점에 들르곤 했다. 그리고 베스트 셀러에 놓여있는 수많은 책들을 구경해 본다. ‘~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책들이 많았다. 그 제목들을 보면서 ‘모든 사람이 다 괜찮지는 않은데, 왜 늘 그래도 괜찮다고 하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당장 무엇도 해내지 못하는 사람들 또한 그럼에도 과연 괜찮은 것일까? 이 같은 의구심이 몰려와 어느 순간부터 서점 가는 것이 두려워져 버렸다.
어릴 적엔 판타지 영화를 제일 좋아했었다.
영화를 보는 동안엔 새로운 세계에 빨려 들어가 현실 세계에서 동떨어질 수 있었으니까. 그러나 나이를 먹으면서 판타지 영화를 볼 수 없게 되었다. 늘 머릿속이 복잡해 어릴 때처럼 현실성 없는 세계관에 좀처럼 빠져들 수가 없었고, 설령 빠져든다 해도 현실의 나로 다시 돌아와야 하는 게 싫어서 그 감정을 느끼지 않기 위해 비현실적인 것보다 현실성이 강한 영화나 드라마만 찾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나 그조차도 중간에 멈추어 엔딩을 보지 못한 목록이 늘어났다. 영화나 드라마 속 이야기의 마지막엔 결국 고난과 역경을 딛고 성공하고야 마는 주인공을 보며 괜히 부러워져 끝을 알기가 두려웠던 것이다.
이렇듯 나의 감정은 어느새 점점 파국으로 치닫게 되었다.
매사에 부정적이었고 대부분의 의욕을 상실했다. 패배감, 상실감, 좌절감, 열등감. 이런 감정이 어디에서 오는 건지 도무지 감당하기 어려웠다.
감정을 모두 꺼내서 다 던져버리고 싶은 그런 날이다.
그저 사라지고 싶은, 그래도 결국 살아지고 싶은 그런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