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하지 않은 손님

2부 : 작가살이 - 나만이 없는 그 곳

by 칠일공



몇 년 만에 나는 다시 고향에 거주하게 되었다.

떠돌이 이방인은 또 언제 그렇듯 훌쩍 떠날지도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그렇다. 첫 귀향 때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지금은 그때보다 훨씬 나이를 먹은 채로 돌아왔다. 30대 중반에 손에 쥔 것 하나 없이. 죄송하게도 엄마의 집에 얹혀 지내게 됐다.


마음대로그림일기_(125x180mm)_내지_최종(스프레드)-33.jpg



하필이면 이 시기에 국가적 재난이 발생했다. ‘우한 폐렴’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코로나19’였다. 처음엔 단순 전염병이나 독감 정도로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이 사태는 심각해졌고 국가 재난사태(팬데믹)로 돌입했다. 순식간에 일상이 완전히 달라져 버렸다. 실내외 구분 없이 방역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했고,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형태로 인원을 제한했으며, 감염 환자의 경우 사회로부터 격리시키는 자가격리 제도가 도입되었다.


고향으로 내려와 겨우 자리를 잡고 작은 디자인 회사에 다니고 있던 찰나, 팬데믹으로 회사가 어려워진 덕분에 또 한 번 퇴사의 좌절을 맛보게 되었다. 나 말고도 잘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되는 사람들은 넘치게 되었고 그 덕분에 새로운 직장을 구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졌다. 갑작스럽게 일상에 제한이 생기다 보니 전 세계적으로 경제가 휘청였고, 이 코로나 시국은 무려 3년이 넘게 이어지게 되었다.

불행은 항상 동시에 찾아온다


자의든 타의든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날이 많아졌다. 아무도 만나지 않는 날도 늘어났다. 어느 순간 그림 한 장 그리기도 힘든 순간이 왔다. 더 이상 무엇도 하고 싶지 않게 되어버렸다.






그렇게 결국, 오고야 말았다.
초대하지 않은 손님. 번아웃.

마음대로그림일기_(125x180mm)_내지_최종(스프레드)-33-1.jpg
열심히 산 탓에 찾아온,
갑지 않은 손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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