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하고 못하고

어제의 나에게 #20

by Illy

나는 이른바 "몸치"다.

아니면 몸을 쓰는 일에 공포심이 큰 편이다.


초등학교 때 50미터를 13초로 달려 같은 반 아이들이 어이없어하는 표정을 본 기억이 있다.


철봉이나 매트에서 하는 체조 운동은 시야가 거꾸로 되는 게 무서워 전혀 못했었다.

허들이나 높이 뛰기도 뛰어넘는다는 게 공포로 다가와 수업을 어떻게 쉴지만 생각하고 있었고 겨울에 학교에서 스케이트를 타러 가는 날을 대비해 아빠랑 연습을 다녔는데 나는 끝내 스케이트를 못 탔다.


길에서는 자주 넘어지고 자전거도 매일 타도 매일 비틀비틀. 크게 다친 적도 있다.



가족도 선생님이나 친구들도 그리고 나 자신도 나는 운동을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른이 돼서도 운동을 피해 다녔다.


그런데 어른이 되어보니 그건 틀린 인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잘하지는 않지만.

어른이 취미나 습관으로 할 운동과는 전혀 상관이 없음을 깨달았다.


회사를 다니면서 너무 힘들어서 돌파구를 찾는 의미로 피티를 받아본 게 계기였던 것 같다.

일본보다 한국이 운동을 시작하기에 진입장벽이 낮다는 것도 한몫했다.



나는 거기서 "끈기가 있다"는 말을 들었다.

신선했다.

운동과 관련해서 칭찬을 받을 줄이야.



그래. 중요한 게 잘하고 못하고 가 아니었구나.

물론 어릴 때는 그게 전부라 과거로 돌아간다 해도 뭐가 바뀌진 않겠지만.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오랜만에 일본으로 왔다.


친정에 오니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그런가 뛰고 싶어졌다.


어제의 너에게

운동회 전날에는 늘 내일 지진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지. 하면 안 되는 생각이기도 하고 나도 지진을 엄청 무서워했는데 오죽 싫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