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불편함

어제의 너에게 #21

by Illy

"~역과 ~역 사이에서 일어난 인신(人身)사고로 인해 전철이 지연되고 있습니다.

이 전철은 4분 지연된 상태로 운행 중입니다. 바쁘실 텐데 폐를 끼쳐 죄송합니다."


일본에 가면 전철역에서 흔히 들을 수 있는 방송이다.


나는 가이드라도 있나 싶을 정도로 바르게 줄을 선 사람들 사이에 있다.

방송을 들은 사람들이 한숨을 쉬거나 혀를 차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이 순간이 몹시 불편하다.



바쁜 도쿄. 사람들은 전철사고에 익숙하다.

승강장에 자동문이 생겨 그나마 사고는 줄어들었을 수도 있지만 여전히 이런 방송을 많이 듣는다.

그리고 매번 짜증을 내는 사람들이 많다.

익숙한 것도 문제고 사람이 다치거나 숨진 사고에 대해 짜증이 나는 것도 문제다.


물론 사람들은 저마다 목적지가 있고 거기로 가야 하는 사유가 있다.

급한 사람들은 4분의 지연도 용납 못하겠지.

그렇다고 해도. 마음이 불편하다.


사실 4분이든 10분이든 늦는 건 전철 지연이 없어도 늦을 수 있다.

물론 출근시간에는 2분만 늦어도 승강장에 사람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지고 전철 내부에서 한 쪽 다리만으로 서있어야 할 정도가 될 수도 있다.


그럼에도 목적지에는 도착하고 하루 일과를 수행할 수 있다. 사고를 당한 사람이나 그 가족에게는 없는 하루일 수도 있다.


매번 사고가 정말 자주 일어나니 사고가 날 때마다 그렇게 상상하기는 쉽지 않지만 그래도 혀를 차고 화를 내는 건 잘못된 행동인 것 같다.




일본에 오니 편안함은 확실히 있다.

내가 어떤 국적이든 내가 일본에서 태어난 사람이라는 걸 다시금 확인하게 되는 순간들이 많다.


범화가에서 들리는 익숙한 소리들.

오래된 라면 가게 앞을 지날 때 나는 냄새.


사라져 버린 카페를 추억하고 아쉬워할 수 있고 오래전에 가족끼리 여행 간 곳에 대해 웃으며 대화할 수 있다.



하지만 동시에 잊고 있던 불편함도 떠올리게 된다.

물론 한국에서도 불편함은 있지만. 어느 나라에서든 살게 되면 겪는 불편함이 있지만.


그래도 인간의 차가움과 이기심을 느끼는 이 불편함만큼은 몇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어제의 너에게

그나저나 어떻게 매일 이렇게 사람이 많이 타는 전철을 타면서 중고등학교를 다녔지...?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