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본에 가족이 사는 관계로 비행기를 자주 타는 편이다.
안 그래도 비행기를 탈 때에는 긴장도 되고 몇 번을 타도 극복하지 못한 공포심이 있는데 가끔씩 사고나 사건이 일어나면 "나나 가족이 타는 비행기라면..."이라는 상상을 하곤 한다.
오늘은 그런 민간 항공기가 전쟁에 의해 피해를 입게 된 사건에 대해 정리해 보겠다.
이 사건은 이란-이라크 전쟁 중인 1988년 7월 3일, 미국 해군의 순양함 빈센스가 이란 남부에서 이륙하고 두바이로 가고 있던 민간 항공기 "이란 항공 655편"을 격추시킨 사건이다.
〇당시 이란의 상황과 미국의 개입
이란은 이란-이라크 전쟁 중이었다(1980년 9월-1988년 8월).
이 전쟁은 이라크(주로 미국이 지원)가 이란(이스라엘, 시리아, 리비아가 지원)을 침공하면서 시작된 전쟁이다.
미국의 본격적인 개입은 1986년이었는데 이란을 지원했던 리비아가 미국과 전투를 벌이기도 했으며 어느 정도 적극적으로 참전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전쟁에 개입하면서 이란과 뒷거래를 하기도 했으며 여러모로 논란이 많았다.
이 뒷거래 사실이 밝혀지고 궁지에 몰린 미국은 이란과 이라크 양국이 공격하려 하고 있었던 쿠웨이트의 유조선(석유 운반용 선박)을 호위하는 작전을 수행한다.
하지만 결국 쿠웨이트가 소지 중이었던 미국 국적의 유조선도 공격을 당했고 그 보복으로 이란의 유전을 공격하는 일도 있었다.
〇잘못 들어온 신호
격추당한 비행기 이란항공 655편은 민간기였으며 당연히 민간기의 신호를 보내면서 반다르아바스 공항을 이륙했다.
하지만 경비 중이었던 미국 잠수함은 공항 대기 중이었던 이란의 전투기 F-14의 신호를 수신하게 된다.
즉 이륙한 건 분명히 민간기였는데 군용기가 이륙한 것으로 착각하게 된 셈이다.
물론 민간기인 가능성도 인지는 하고 있었지만 군용기인 가능성도 남아 있는 한 추적을 해야 했다.
빈센스 외에 다른 잠수함은 민간기로 판단을 했지만 당시 빈센스의 정보 시스템이 더 우수하다고 평가되어 있었던 점, 이란항공에 경고를 보내도 반응이 없었던 점(무시했다기보다는 민간기의 특성상 미군의 경고를 수신하는 장치가 없었다), 실제로는 이륙 후 상승 중이었는데 하강 중으로 오해받은 점 등 여러 요소가 작용하여 결국 미군은 655편을 군용기로 판단하게 되었다.
이 사고로 승무원 승객 290명이 전원 사망했다.
미국은 1996년에 잘못을 인정하고 이란 국적 희생자(248명)에 대해 보상금을 지불했지만 항공기 자체에 대한 보상이나 다른 국적 승객에 대한 보상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여러 오해나 착오 중 하나라도 잘 풀렸었으면...이라는 생각이 든다.
공항이 민간/군 공용이었던 부분도 이런 오류가 생기는 요인이 된 것 같다는 생각도 해보았지만 현재도 이런 공항은 세계 각지에 많이 존재한다. 하지만 전쟁 중이라는 긴박한 상황에 꼭 그런 식으로 운용했어야 할까, 운용한다면 경고 수신기라도 있었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공항과 상관없이 2001년에도 비행 중인 시베리아 항공기가 우크라이나 군에 의해 격추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전쟁은 아무리 군인들만 전투에 참여한다고 해도 그렇게만 끝나는 일은 거의 없고 민간인이 꼭 휘말리고 피해를 입게 된다.
진짜로 군용기였다면 더 피해가 컸을 것이라는 주장이 있을 수도 있지만 항공기에 탑승한 사람들과 그 가족들에게 그런 말은 아무 소용이 없다. 그저 소중한 사람의 미래가 순식간에 억울하게 사라졌다는 사실만이 남는다.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냉정함을 잃게 된다는 것. 모든 걸 의심하고 경계한다는 것.
비행기가 전투기로 보이지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것.
전쟁이 무서운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