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지 않아진다는 것
좋아하는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우정, 사랑, 가족을 향한 감정. 누군가를 향한 애정의 무게를 생각한다.
간혹 이런 경우가 있다. 평소와 달리 내가 아닌 것처럼 행동하게 되고, 아무렇지 않던 것들이 어색해지고, 평소엔 이해하지 못했던 일들이 이해되기 시작하고, 상대가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걸 더 알고 싶어지고, 내 고집을 꺾는 게 별 일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경우. 좋아하는 마음은 그 종류와 관계없이 나를 변화시킨다.
언젠가 한 친구가 자신의 가치관을 깨는 사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들이 좋은 경우에 대하여 말한 적이 있었는데 그 말을 듣고 생각했었다. 어쩌면 나를 나답지 않게 만드는 사람이 진짜 사랑일지도 모르겠다고. 사실 나다운 모습이란 이상적으로 만들어 온 모습과도 같기에 나답지 않은 모습이 진짜 나일 수도 있다. 가면을 내려놓고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받는 일. 노력하는 관계에는 불가피하게 희생이 따르고 그 때문에 한계는 무조건 찾아온다. 사람들은 그 끝을 “사랑이 식었다, 유효기간이 끝났다”고 말하지만 노력할 생각이 사라진 것뿐이다. 혹은 상대의 노력이 당연해졌거나.
요즘의 나는 어떤가. 혼자 있을 땐 한없이 우울하고 같이 있을 땐 한없이 밝다. 나에게 이런 면도 있었나 신기해하다가도 그런 내가 두려워 뒷걸음질 치게 된다. 그러다 이 모든 것도 한 철이라 생각하며 물 흐르듯 마음을 내버려 두게 된다. 땅굴을 파며 곧 죽을 것처럼 우울해하다가 미친 사람처럼 글을 쓰고, 대신 아프고 싶은 마음으로 누군가를 걱정하다가 또 누군가에겐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진다. 흔들림 없이 사랑하고 미친 듯이 사랑받고 싶다가도 불이 꺼지듯 모든 걸 그만하고 싶어진다. 하. 좋아도 지랄 안 좋아도 지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