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서른여섯

사투리는 촌스러운 게 아니다

말의 온도

by 흐를일별진




작가 일을 하며 가장 크게 충격을 받은 말이 있었다. 사투리가 없어 보인다며 너도 이제 서울말을 하며 분위기를 촌스럽지 않게 바꿔보라는 말. 나를 위해 고심한 듯, 가르치는 그 얼굴이 나는 적잖이 충격이었다. 사실 난 내 말투가 촌스럽다고 생각한 적 없었다. 나는 지방 사람이 맞고, 그 정체성이 좋았기에 굳이 사투리를 ‘고쳐야’ 한다는 필요성도 느끼지 못했다. 선배의 말에 의하면 내 사투리는 본인이 생각하는 방송작가의 이미지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라고 말하기엔 난 그 사투리 덕분에 사랑받았다) 도대체 방송작가가 뭐길래. 어쩌면 그 언니는 자신의 팀에 본인의 희망사항을 덧입히고 있었는 지도 모른다.


나는 다정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함께 있으면 따뜻해지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늘 예쁜 말을 하고 싶었다. 내가 생각한 예쁜 말은 마음이 담긴 말이었고, 마음을 담는 일에 사투리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나는 내 말씨가 좋았고 자랑스러웠다. 그건 내 삶의 증거와도 같았으니까. 오히려 나는 비수를 꽂는 언니의 서울말이 더 싫었다. 나와 같은 지방 사람이면서 서울말을 쓰는 언니는, 늘 다정한 말투로 비수를 꽂으며 주변 사람을 내려쳤다. 언니가 말하길 사투리는 억양이 세서 사람들을 상처 준다고 하지만, 억양이 부드럽다고 상처받지 않는 건 아니었다. 모든 건 마음의 문제일 뿐.


서울에 왔으면 사투리를 쓰지 마라. 사투리는 신뢰가 없어 보인다. 촌스럽다 등등, 도대체 그건 어떤 논리인 걸까. 결국엔 다 우물 안 개구리의 편견일 뿐인데. 나는 촌스러운 게 좋다. 담백한 게 좋다. 서울에 산다고 해서 내가 지방 사람인 게 거짓이 되진 않는다. 그냥, 있는 그대로. 그 모습 그대로 사랑하고 사랑해 줄 순 없는 건가. 꼭 뭔가를 바꿔야만 하나.


(+)


물론 지금은 충분히 나답게 사랑받고, 사랑하고 있는 중이다. 다만 아직도 주변에서 종종 사투리에 대한 이야기가 들려오고, 그 이야기가 사회 초년생에게 전해지는 걸 보면 안타깝긴 하다. 서울은 도시일 뿐 왕국이 아닌데.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편견에 사로잡혀 사는구나 싶어서 조금은 씁쓸해진다.

나는 그들이 삶의 증거를 부끄러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내 말씨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걸. 사투리가 좋다. 지역 특유의 삶이 묻어있는 그 생생함이 너무나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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