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부른 소리
서울에 살면서 가장 힘들었을 때는, 계절이 바뀌는 소리와 하늘의 모양이 까마득하게 느껴질 때였다.
포항에 있을 때의 나는 하루에도 몇 번씩 하늘을 보고, 해가 지면 18층 우리 집 창가에 걸터앉아 별을 보곤 했었다.
제주에 있을 때의 나는 시간마다 바닷가로 나가, 한참을 바닷소리를 들었고 언제든 원할 때 자연 속에서 여유를 즐겼다. 그래서 그때는 하루의 모양이 어떤지 생생하게 그림으로 그려낼 수 있었다.
서울의 밤은 차 소리와 술 취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어떤 이는 울고 어떤 이는 소리치며, 하루의 고된 기억을 술로 풀어내는 밤. 보통의 나는 이런 게 생활의 소리라 생각하며 웃어넘겼지만 며칠 전부터는 그 모든 소리가 조금 참기 힘들어졌다.
그래서 이어폰을 끼고 모닥불 소리, 가을 곤충 소리, 바닷소리를 찾아 들으면서 내가 있는 이곳은 자연의 중앙임을 상상하며 세뇌하곤 했다.
한 번씩 이럴 때가 있다.
모든 게 잘 풀리고, 사람과의 관계도 큰 문제 없이 진행된다 생각될 때. 나는 한 번씩 나사가 풀린 것처럼 턱-하고 서울의 생활이 힘들어졌다.
솔직히 말하면, 긴 시간 일을 쉬고 있는 이 상황의 무게가 요즘 들어 버겁게 느껴진다. 일도 없으면서 사람을 만나고 관계와 가까워지면서 여기저기 돌아다녀도 되는 걸까. 그럴 자격이나 있는 걸까. 물론 상황이라는 게 어쩔 수 없음을 알고, 마냥 놀았던 것도 아니지만 그냥, 그냥 이 모든 상황에서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점점 작아지는 기분이 든다.
그 와중에 이 모든 상황을 말하고 싶은 마음과 숨기고 싶은 마음이 충돌한다. 원래의 나는 혼자서도 이 모든 혼란을 거뜬히 잘 넘겼었는데, 확실히 관계에 대한 마음의 거리가 가까워지니 이런 문제가 생긴다 싶다.
약해지고 싶지 않은데, 자꾸만 사람에게 의지하고 싶어져서 짜증이 난다. 서울의 밤은 한없이 나를 약해지게 만드는 구나. 이 순간 내 방 창문 너머로 보이는 풍경이 별이 아니라, 화려한 네온사인이라는 게 힘들다, 의미가 없다. 빛이 없는 밤이 그립다. 새까만 밤하늘에서 쏟아지듯 반짝이는 별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