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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디지만 우아하게 Jul 04. 2018

어원

"Let food be thy medicine and medicine be thy food."
  - Hippocrates


언어는 중요하다. 언어는 인지와 사고를 결정한다. 사물과 현상에 대한 정의는 민감하면서도 강력하다. 미국을 필두로 한 서구사회를 중심으로 PC(Political Correctness)의 물결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핵심은 언어에 있다. 가령 어느 나라의 독재자가 소수민족을 박해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하자. 물론 상상으로도 일어나서는 안 되는 일이다. 우리는 이러한 민족말살 또는 대량학살을 genocide라고 부른다. 하지만 일부 학계와 언론에서는 ethnic cleansing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청소는 긍정적인 의미로 인식된다. 무언가 부정한 것을 제거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래서 무의식 중에 인종청소라는 표현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대중은 종래 대량학살에 대한 이전보다 낮아진 수준의 반감을 가지게 된다. 혹자는 말장난으로 치부하기도 하지만 많은 철학자와 사회과학자들이 언어에 주목하는 이유다.


채식의 어원을 살펴보자. 아마 대부분은 채식주의의 어원을 채소(vegetable)로 알고 있기가 쉽다. 실제 어원은 다르다. 채식주의는 라틴어 vegetus에서 기원했다. vegetus은 '전체의(whole)' 또는 '건전한(sound)'을 뜻하는 형용사다. 의역을 해보면 오늘날 우리가 말하는 채식주의의 본질은 모든 영양소를 포함한 건강한 식단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에서 핵심은 채식주의와 채식의 관계다. 채식은 채식주의의 필요조건이다. 하지만 채식이 채식주의의 충분조건이라고 말할만한 근거는 없다. 즉, 채식은 건강한 식단에 필요하지만 채식 그 자체가 반드시 건강한 식단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핵심은 문자 그대로 모든 영양소를 포함한 건강한 식단이다.


채식에 관심을 가진 내가 선뜻 채식을 시작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채식은 좋다. 아마 좋을 것이다. 하지만 채식만이 유일한 정답인지는 알 수 없다. 더 나아가 채식을 제외한 모든 식단이 해롭다고 단정하기에도 주저함이 있다. 그래서 오늘도 배움을 선택한다.




오늘의 공부

https://en.oxforddictionaries.com/definition/vegetary

https://en.oxforddictionaries.com/definition/political_correct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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