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 food be thy medicine and medicine be thy food." - Hippocrates
관심이 있으면 크게 보이는 법이다. 그 말을 실감했다. 얼마 전 출장길에 열차에 비치된 잡지를 읽었다. 나는 어느 정도 활자중독이 있어서 눈에 띄는 글을 그냥 지나치는 경우가 드물다. 가끔은 불편하지만 덕분에 숨은 보물을 발견하기도 한다.
동양과 서양의 구분은 때론 모호하다. 사실 동양이라는 말은 서양의 반대급부로 생겨난 개념이다. 그래서 정작 동양의 역사에는 동양에 대한 인식이 없다. 오히려 황하문명에서 발원한 중화사상이 존재했을 뿐이다. 가령 동양철학과 서양철학을 관념론으로 구분하지만 실제가 없는 관념은 존재할 수 없다. 반대로 관념은 실제를 전제로 존재한다.
음식과 건강에 대한 개념도 그렇다.히포크라테스는 '음식이 약이고 약이 곧 음식이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Let food be thy medicine and medicine be thy food. 한의학에도 이와 유사한 표현이 있다. 열차에 있는 잡지에서 발견한 보물이다. '식약동원(食藥同原)', 즉 음식과 약은 그 뿌리가 같아서 음식마다 각기 약성(藥性)이 있다고 한다. 음식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을 식치(食治), 약으로 병을 치료하는 것을 약치(藥治)라고 하는데 식치와 약치는 서로 다르지 않고 무엇보다 매일 식치로 건강을 다스리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자칫 그냥 지나칠 수 있는 글이었다. 예전이라면 관심 없이 지나갔을 글이기도 하다. 그런 글이 이제는 크게 보인다.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굳이 동양과 서양의 구분을 이야기할 필요는 없지만 어쨌든 동양과 서양 모두 오래전부터 음식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그리고 음식과 약이 다르지 않다고 말하고 있다. 채식을 차치하더라도 무엇을 먹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은 이로써 충분히 생각해볼 중요한 문제라는 결론에 한 발 더 다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