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예술가는 예민하다고 합니다. 어쩌면 민감하다는 표현이 맞을지 모릅니다. 그렇다고 예술을 위해 의도적으로 예민해지기란 쉽지 않습니다. 아무래도 결론은 예민함이 어느 정도는 예술의 양분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이기주 작가는 '말을 아껴 글을 쓴다'라고 합니다. 전현무 씨는 '글솜씨가 말솜씨로 이어졌다'라고 합니다. 사뭇 다른 방향으로 보이지만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습니다. 말을 아끼는 이유는 많습니다. 말을 소중하게 여겨서 일수도 있습니다. 말이 닳지 않도록 하기 위함일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말을 아껴 그 몫으로 글을 쓸 수도 있습니다. 모든 이유에 공감합니다. 그렇게 소중히 아껴 쓴 말은 이내 글이 됩니다. 물론 좋은 글일 거라 생각합니다. 다독도 다작도 좋은 글을 만드는 충분조건이 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오랜 생각과 고민을 담아낸 글은 언제나 좋은 글이라고 믿습니다.
마지막으로 제목도 그렇습니다. '말과 글'이라고 적어도 될 텐데. '말, 그리고 글'에 담긴 여유가 좋습니다. 누군가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고집일 수 있겠죠. 하지만 이런 민감함이 때로는 스스로 글을 쓰는 이유가 되곤 합니다. 그래서 늘 그렇듯 결론은 글이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