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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디지만 우아하게 Jan 07. 2019

아픔이 더해지는 곳

우리가 사는 세상은 왠지 조금 서글프다. 지구는 온난화로 고통을 겪지만 우리는 점차 온기를 잃어간다. 차갑게 식어버린 어판장의 생선처럼 무심한 표정과 무관심이 거리 곳곳에 배어있다. 마음이 무너지는 날이면 분주한 도시 속 홀로 미아가 된 기분이다.


주치의 선생님이 금요일과 토요일 차례로 회진을 했다. 어머니의 상태가 많이 호전됐다며 다음 주 중에 퇴원 계획을 세울 수 있겠다고 했다. 병원을 떠나야 한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좋은 소식에 고마웠다.


주말을 지나 월요일 아침,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으로부터 연이어 갑작스러운 퇴원 통보를 받았다. 일정을 논의하는 게 아니라 일방적인 통보였다. 기쁨은 사라지고 당황스러움만 덩그러니 남았다. 퇴원의 이유를 물었더니 지난주 토요일에 했던 말을 되풀이한다. 그래서 며칠 전 촬영했던 MRI 결과를 물었다. 정밀 분석은 아직이지만 대략 사진으로 보니 괜찮다고 한다. 그럼 내일 예정된 검사는 어떻게 되는지 물었다. 분명 며칠 전까지는 반드시 해야 하는 검사라며 적극적으로 권했는데 이제 와서 환자와 상의해보겠다고 한다.


이리저리 알아본 결과 퇴원 통보의 이유는 간단했다. 병실이 모자랐다. 그리고 우리는 이미 고가의 검사와 치료를 마친 후였다. 퇴원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여전히 감사하지만 무언가 잘못됐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그렇게 처음으로 병원의 차가운 현실을 마주했다. 그리고 어머니가 계신 병동에서 날카로운 목소리로 모진 말을 하던 사람들. 차가운 병원에 시체보다 더 차가운 한 간호사가 있었다.


퇴원을 해야겠다. 모진 칼바람이 부는 그곳은 아픔이 더해지는 곳이다. 소로우가 이렇게 말했다. 노예의 나라에서 자유인이 명예롭게 기거할 수 있는 유일한 집은 감옥이라고. 자유를 찾아 감옥으로 갔던 소로우처럼 치유를 위해 병원 문을 나서야겠다.


오해가 없길 바라며,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모든 의료진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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