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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디지만 우아하게
Mar 08. 2021
브런치에서 글쓰기 버튼을 누르면 가장 먼저 '제목을 입력하세요'라는 문구가 나온다. 다음은 소제목이다. 본문이나 내용을 적으라는 문구는 없다. 왜일까? 지금까지 당연하게 여겼는데, 오늘은 왠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내 나름의 추측은 이렇다. 우리에겐 '제목'이 중요하다. 비단 글뿐만 아니라 사람도 그렇다. 무언가를, 그리고 누군가를 드러내는 직관적인 묘사가 바로 제목에 담겨 있다. 편리하고 유용하다. 한 문장, 한 단어로 무언가를 설명할 수 있다면 그것보다 더 좋은 글은 없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일까, 요즘의 기사와 광고는 '좋은 제목'을 두고 벌이는 소리 없는 전쟁처럼 느껴진다. 굳이 제목의 편리함이 다른 무언가의 희생의 대가라고 말하는 건 아니다. 명함에 관한 글에서 적었듯, 나는 간결하고 명료한 글쓰기를 지향한다. 그럼에도 나는 왠지 제목을 먼저 적어야만 글을 쓸 수 있도록 허락된 듯한 느낌이 조금 낯설다. 그저 정말 뜬금없이.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