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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디지만 우아하게 Sep 09. 2016

하롱베이, 용의 자취를 따라

짧지만 깊었던 여행

유독 기억되는 순간들이 있습니다.

짧지만 깊었던 베트남 여행이 그렇습니다.


용이 하늘로 올랐다는 수도 하노이, 그리고 용이 내려앉은 하롱베이.

늘 그렇듯 계획 없이 오른 길 위에서 우연히 용의 자취를 따라갔습니다.


허름한 옷차림, 낡은 배낭, 반짝이는 눈동자, 함박웃음.

수많은 선박 중 가장 저렴한 배에 모인 20명 남짓한 우리의 공통점입니다.

혼자 떠난 여행이기에 하롱베이 바다에서 가장 많은 친구를 낚아왔습니다.


피부색은 다르지만 청춘은 국경이 없나 봅니다.

소소한 선상파티가 고요해질 무렵 한국, 프랑스, 독일에서 온 3명의 청년이 모였습니다.


감성과 호기심이 함께 무르익는 밤.

어둠과 함께 우리는 엔진이 꺼진 기계실 뒤쪽으로 조용히 스며들었습니다.

바다의 깊은 어둠, 빛나는 별, 기암괴석의 풍경을 가슴에 담기 위해 모두 자리에 누었습니다.


독일 친구가 '우리는 서로가 서로를 한눈에 알아봤다'는 말로 오글거림의 포문을 열었습니다.

프랑스 친구를 시작으로 생에 잊지 못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진실게임은 만국 공통이며 거절에 대한 두려움은 전 세계 모든 청춘들의 공통 과제인 듯합니다.


아마추어 영화감독인 프랑스 친구가 얼마 전 제작한 영화를 보내주겠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선상에 앉아있던 제 옆모습을 그린 그림을 보여줬습니다. 아직은 미완성이랍니다.

답례로 영화 시나리오를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물론 기약은 없습니다.


하롱베이의 절경과 바다에 보낸 감탄이 용오름과 닮았다면

소중한 인연은 바다 아래 자리 잡은 용처럼 고요하게 간직되리라 생각합니다.


혼자여서, 그리고 함께여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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