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본주의 연작시
오른쪽 손목을 면도하다가
파묻혀진 김칫독이 깨졌어요.
김치가 말하길,
"야 이놈아! 문좀 닫거라.
네 땅이라고 김치도 네 껀줄 아느냐?
아까운 김치 국물 다 흐른다."
놀라서 흙 두 줌 왼손으로 쥐어 덮었더니
입고 있던 흰 옷이 하는 말
"다 배렸네, 하마터면 검은 색이 될 뻔했잖아!"
옷에 묻은 빨간 자국이, 내 살을 뜯어내려 하고 있었어요.
아, 그랬구나.
김치도, 흙도, 옷도
아직은 새 것이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