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빨자국」이야기를 마치며
글을 읽어주신 독자분들께,
이번에 작성한 단편소설 「이빨자국」은 고전적 남성성으로부터 도망치고자 했던 피해자가, 끝내 그것을 반복하고 모방할 수밖에 없었던 역공포적 삶에 대한 내밀한 기록입니다.
이 작품을 통해, ‘남성’이라는 정체성이 어떻게 생물학적 성별을 넘어 사회적으로 주입되고, 기대되며, 끝내는 개인의 감정·관계·삶의 형식 자체를 식민화하는가를 탐색하고자 했습니다.
소설의 화자는 세 명의 남성(A, B, C)을 거치며, 각각 폭력과 유약함, 그리고 인간적인 따뜻함을 경험합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진정한 긴장은 ‘타자와의 관계’가 아니라,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알지 못한 채 살아온 주체가 어떻게 자기 자신을 해체하며 생존하는가에 있습니다. ‘이빨자국’은 타인이 남긴 상처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자기 자신의 생존 방식이기도 하며, 종국에는 스스로를 먹어치워야만 남을 수 있었던 한 개인의 상징적 지도입니다.
이 작품은 자전적 체험을 바탕으로 하고 있으며, 단순한 피해 서사에 머무르지 않고 가해-피해의 경계를 흐리는 심리역동적 관점과 주체 내부의 병리적 구조를 그리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저는 이 글을 쓰며, 타인에게 폭력을 당한 기억보다도, 그 폭력을 통해 내가 어떤 존재가 되었는지를 직면하는 일이 더욱 고통스럽고 필연적이라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빨자국」은 어떤 의미에서 한 명의 인간이 어떻게 타인의 욕망을 받아들이고, 그것을 내면화하고, 끝내 자기 파괴로 귀결되는 과정을 감내하며, 다시 글로서 이를 전유하고자 했는가를 보여주려는 시도입니다. 여러분께서 이 작품을 단순한 성적 피해나 자기연민의 이야기로 읽기보다, 타자와 욕망, 구조와 감정 사이에서 분열된 한 존재의 절박한 고백으로 읽어주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
– 장준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