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아이다울 때가 가장 사랑스럽다

대상관계이론

by 장준
90

만약 당신이 내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세요."라고 한다면

나는 "당신 주변 사람들에 대해 말해보라"고 할 것이다.

그러면 내가 당신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정확하게 맞춰보겠다.


91

현재 당신의 인간관계는 과거의 인간관계를 보여준다.

당신을 만들어 온 사람은 여러 명 있겠지만, 가장 초석이 될 밑 그릇은 당연히 당신의 부모이지 않은가?

당신은 당신의 부모님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가?


92

표상(Representation)이란 말이 상당히 어려운 말이다.

간단히 말하자면 느낌적인 느낌이라 하겠다.


표상은 자기표상과 대상표상으로 나뉜다.


자기표상(Self-Representation) : 자기 자신에 대한 이미지

→ "나 정도면 멋진 사람이지!"

대상표상(Other-Representation) : 타인에 대한 내적 이미지

→ "저 애도 결국 남이지 뭐, 각자 인생 사는거지."


93

당신은 진짜로 당신을 알 수 있는가?


94

한 가정에 아이를 키운다고 생각해보라.

그 아이가 자라면서 당신은 설거지, 집안일, 빨래, 요리 등 모든 일을 맡긴다.


"너도 이제는 다 자랐잖니!"


그 아이는 그 순간부터 어른이 되야한다.

인간의 역할은 스스로에게 달린 일인 듯 하나, 대부분은 남들이 바라는 역할에 따라 정해진다.


내 인생이란 극장의 배우가 되어 남들이 가장 바라면서 시키는 배역이 정해져 버리기 마련이다.

만약 아이라면 더욱이 그러할 것이다.


어른에게 아이처럼 구는 역할은 우스꽝스럽기도 하지만 께름칙하기도 하다.

허나 아이에게 어른처럼 행동하라 시키는 것은 끔찍하리만큼 잔인한 일이다.


95

인생을 살면서 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전쟁이 난다면 설령 아이일 지라도 3일 내내 굶을 수 있다.

벌레 한마리 못 잡는 마음이 가녀린 여성이라 할 지라도 타인을 찔러 죽여야 할 수 있다.

강인한 남성이 적에게 비굴하게 무너져야 할 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해야만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이해는 할 지언정, 마음 또한 편안할리는 만무하다.



96

말하기 껄끄러운 일이지만, 언제 재미로 지인에게 심리검사를 시켜준 적이 있다.

그 사람의 심리결과가 상당히 특이했는데, 느껴지는 바와 다르게 상당히 처참해보였다는 것이다.


나는 결과에 대하여 솔직하게 말을 했다.

"너 괜찮아?"


지인은 웃으면서 말했다.

"당장 전쟁이라도 나면 좋겠어"

나는 그 이유를 물었다.

"삶이 지옥같아. 인생에 있어서 단 한번의 행복조차 찾아오지 않았어. 난 행복했던 적이 없거든."


곁에 항상 마주치는 사람이 (항상 생글생글 반반하게 웃기만 하던) 이런 말을 담담히 말하니 새삼스럽게 놀랐다. 누군가는 이 말을 오그라든다고 치부할 수 있지만, 그 때의 기억으로 나는 어떤 말도 꺼낼 수 없었다.


97

But I was scared, I was unprepared

(그치만 난 무서웠어요, 난 준비가 안됬었다구요)
Oh, for the things you said

(당신이 말했던 것들에 대해서 말이에요)
If I could undo that I hurt you

(당신을 상처입힌 것을 없었던 일로 되돌릴 수만 있다면)
I would do anything for us to make it through

(우리가 잘 해낼 수 있도록 나는 무슨 일이든 할거에요)


Christina Aguilera - Blank Page

98

자신의 아이에게, 만약 부모가 삶이 힘듦으로 가득 차있다고 한들, 오로지 인생의 가혹함과 살아남는 법을 알려준다면 매우 위험하다. 그것은 아이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비롯됬다고 한들, 그 아이에게 부모가 겪은 인생의 위험까지 던져주기 때문이다.

마치 아이는, 부모가 살았던 과거에 던져진 공포를 생생히 겪을 것이다.


어느 부모가 자신이 겪은 고통을 똑같이 자식도 겪기를 바랄까?

당신이 역경에서 살아났다면, 그 고통 대신 지금을 살아갈 수 있도록 곁에 있어주는 것도 방법이 될 것이다.


99

다른 집 가정교육에 내가 훈수를 둘 수 없다. 그리고 그럴 필요도 없다.

다만 내 개인적인 견해를 말해보고 싶다.


작은 꼬마 아이에게 "지금의 당신조차"하지 못하는 일을 시키지 마라.

당신이 '수학'을 모른다면 다른 이들이게 수학을 풀어라고 할 자격조차 없다.

당신이 '기대만큼 잘 살지' 못한다면 다른 이들에게 훌륭하게 잘 살라고 할 수 없다.

당신도 어릴 적 그만큼 훌륭한 아이는 아니었지 않은가?

끔찍한 아이든, 못생긴 아이든, 장난이 많은 아이든 아이는 하나같이 사랑스럽다. 적어도 내 눈에는 말이다.


어린 아이가 도대체 무엇을 안다고 그리 심한 말들을 시킬까?

그 작은 아이가 그 상황에서 무슨 말을, 무슨 행동을 해야 했을까?


사랑받고 자란 아이는 눈에 띄듯이, 학대 받은 아이도 아무리 감춰도 눈에 빤히 보인다.


현실이 가혹하다고 아이에게까지 가혹하지 않았으면 하는 작은 바램이다.


keyword
이전 10화너의 말이 나의 마음 깊숙히 보듬어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