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역동치료
80
생각대로 삶이 원했던 대로 굴러가지 않는가?
그러면 그것을 글로 작성해보고 다시 한번 보라.
그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81
I think you might`ve said too much
(내가 보기엔 네가 지나치게 말했던거 같아)
Sorry isn`t good enough
(미안한데, 진짜 탐탁치않아)
I thought that you would call this love
(난 너가 이걸 사랑이라고 부를 줄 알았어)
No, you can`t take it back
(아니, 이젠 되돌릴 수 없어)
I think you might`ve said too much
(내가 보기엔 네가 지나치게 말했던거 같아)
Said too much - Jessie J
82
사람의 고민을 들어줄 때에 하나 깨닫는 것이 있다.
이 사람이 듣고 싶은 말이 있는 반면
이 사람한테 꼭 필요한 말이 있다.
그 두 가지가 항상 같지는 않는다는 법이다.
83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무언가를 깨닫게 할 수 있고 (통찰지향적)
반대로 힘을 북돋아 주는 말들을 해줄수 있다. (지지적)
이것은 정신역동치료에서 상당히 강조되는 부분이라 할 수 있다.
(Blagys, Hilsenroth(2000)는 정신역동치료는 1.감정과 정서표현에 초점을 두며 2.내담자가 회피하는 문제나 저항을 탐색하고 3.한 사람의 패턴을 파악하고 4.과거의 경험을 짚으며 5.인간관계를 어떻게 보내왔느냐를 주목하며 6.마음의 치료적인 관계를 중시하고 7.마음 깊숙한 내적 역동을 다룬다고 말하였다.)
위의 말들이 상당히 난해하게 들려올 수 있다.
정신역동치료가 무엇이냐? 하면 나 자신이 모르는 마음 속을 파헤쳐 깨닫게 하자는 것이다.
거기에 있어서 상대방의 마음을 찾으면, 제 알아서 살길 찾아가는 치료라 할 수 있겠다.
당연히 강조되는 것은 그에 따른 전략인데,
1.이 사람의 역동(말이 어려우면 마음의 깊숙한 상처라고 생각해도 좋다.)을 찾는다.
2.그를 위해 인생을 어떻게 살아왔는지 파악한다.
3.그런 인생을 살아온 인간이라면, 마음 속이 어떤 상태일지 가정한다.
(이걸 흔히들 사례공식화라고 한다. → 분명 가정폭력을 당했으니 어머니에 대한 증오가 있었겠군! 여자를 보면 문득 어머니가 떠올라 화가 났을지도 몰라!)
4.지금 보기에 이 사람이 상태가 쌩썡하면 → 도움이 되도록 필요한 말을 하며 통찰하도록 돕는다.
4.지금 보기에 이 사람이 상태가 영 별로면 → 힘이 나도록 듣고 싶은 말을 하며 지지한다.
지금 생각해보면 상당히 단순하면서도 정말 어려운 전략이 되겠다.
84
자신의 아픈 상태에 대한 인식을 병식(Insight)이라고 부르는데
자신이 우울증인지도 모르는 사람을 데려다 놓고 "세상에, 그 동안 많이 우울했겠어요."라고 말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병식이 없는 상태의 환자는 (간단히 말해 제 아픈지도 모르는) 정말 고난이도의 퍼즐을 맞추는 힘겨루기 게임이 되기 일쑤이다.
억지 쑤셔넣기 전략으로 병식을 주기 위해 "너는 지금 매우 위급하고 아픈 상태다"라고 말하면, 갑작스러운 상대방의 개입에 당황하거나, 깜짝 놀라 역정을 낼 것이다. (이때 흔히들 '자신이 급격히 폭로당하고 있다는 느낌'과 '자신의 삶이 침범당하고 평가당하는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
아마 낯선 의사가 지나가는 환자를 만났을 때, 가슴에 난 상처를 보고 옷을 당장 벗으라고 강제로 옷을 벗기려 한다면, 진짜 다쳤든 아니든 간에, 누구나 "당신이 뭔데 내 옷을 들추고 난리냐"며 뺨을 치지 않을까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처가 있다면 부끄럼을 무릎쓰고 의사에게 상처를 드러내야 한다.
그 과정에 있어서 방법을 매우 조심스럽고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
85
사람들과 이야기 하다 보면 이야기 듣는 내가 눈물이 미친듯이 나는 경우가 있고, 더러는 화가 머리 끝까지 치미는 경우가 있다.
(이럴 때마다 당사자는 어이 없는 듯 "나도 안 우는데, 왜 당신이 우십니까?"라고들 하더라. 속상하고 눈물이 나는걸 어떻게 하는가!)
학대받은 사람들은 학대를 '두들겨 패고 밥을 주지않고 굶기는' 물리적인 행위가 전부인 줄만 아는데,
진짜 잔혹한 학대는 '사랑 자체를 주지 않는 방치'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식물을 키우는 것과 같다.
우리는 식물을 키우면서 가끔은 물을 주는 걸 깜빡하기도 하고 귀찮아서 구정물을 줄 수 도 있다.
물론 그것이 잘한 행위는 아니다. 다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를 한다.
허나 정말로 잔인한 것은, 식물을 죽을 때까지 그 존재 자체를 잊고 물조차, 햇빛조차 안주며 음지에서 썩혀가며 말라비틀어지게 하는 경우이다.
어릴 때에 마땅히 받아야 하는 아이들의 장난행위를 받아주는 것, 아이가 떼 쓰는 것을 무자비하게 내치는 것, 젖을 달라고 우는 아이를 내버려 두는 것. 이것이 아마 아이를 학대하는 것의 극치가 아닐까 싶다.
나는 부모가 아이를 강하게 훈육하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보면 분노한다.
허나 부모가 아이에게 그냥 내버려두며 아이가 '있는지도 모르는' 모습을 보면 격분하며 눈물이 나곤 한다.
그런 아이들은 차마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있는지 대견하다 싶을 정도로 처참한 인생을 살아간다.
그러나 더욱 가혹한 것은, 본인들은 자신이 학대 당한지 조차도 모른다.
아마 사랑을 받아 본 적이 있어야 사랑을 못 받는 기분을 알 기회 조차 빼앗긴 것이 아닐까 싶다.
그것만큼 잔혹한 일이 없을 것이다.
86
자신이 다쳤다는 병식이 생기면 일사천리로 문제가 풀어나갈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정말 큰 오산이더라.
자신이 크게 상처입었고 아프다는 인식이 생기자마자 소리를 치고 분노를 내고, 역정을 크게 내면서 온갖 감정의 소용돌이를 쏟아내는 것이 아닌가! 난 그 감정에 내가 잡아먹히고 휘말린다는 공포심이 들 정도였다.
마치 요리를 하다가 문득 손이 베인 줄도 몰랐다가, 다른 사람이 손에서 피가 난다고 기겁을 하면 본인 자신도 '이게 무슨 일이야!'라고 놀라면서 어쩔 줄 모르는 경우와 같다 할 수 있겠다.
나는 이게 마치 속이 체한 상대방의 목구멍에 손가락을 쑤셔넣어 구토를 하게 하는 과정과 같다고 생각했다.
상대방은 평생 참아왔던 감정들이 가슴 속에 체한듯이 곤란해 하였다.
나는 그 사람의 인생의 깊은 상처들을 건드리는 말들을 했는데, 마치 그때마다 상대방은 어쩔줄 몰라했다.
("제가 체한 것은 맞는데 당신에게 구토를 해도 될련지 모르겠어요.")
그럴 때마다 나는 있는 힘껏 그 사람의 역류하는 감정의 찌꺼기들을 두 손을 모아 받아주려고 노력했다.
어쩔 때는 잘못 상처를 쑤신 경우도 있고, 어쩔 때는 내가 구토받이를 제대로 못한 경우도 허다하다. (그때 당시에는 내가 정말 잘 해냈구나라며 뿌듯해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가 구토를 하며 부끄럽기도 하고 어지럽고 혼란스럽지만, 너무 속이 후련하다고 상쾌해했다. 그리고 나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 말 한마디가 참 감사하더라.
당신이 체한 사람의 목젖을 건드리려면, 엄청난 감정의 소용돌이를 대비하는 것이 좋다.
아마 당신이 상상한 것 이상으로 어마어마한 찌꺼기들이 쏟아지기 시작할 것이다.
87
어떤 말은 말한 듯 말하지 않은 듯 지나가지만, 어떤 말은 평생토록 기억이 남는다.
아이들이 당신의 사소한 말 한 마디 조차 놓치지 않고 기억하고 있노라면 놀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정작 내가 그토록 입이 닳도록 말했던 것은 하나도 기억을 못하더라. 그럴 때마다 나는 "그래. 말을 한대로 아이들이 한 번에 들어먹었으면 난 엄마 말대로 공부 열심히 해서 서울대에 갔겠지."라며 되뇌이곤 한다.)
나는 나와 함께하는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그 과정에서 내가 아픈 것을 끔찍히 싫어하듯이, 내가 비수를 꽂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았으면 한다.
과연 나는 내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사람이었을까?
88
사람과 동물의 차이점이 무엇이냐?
만약 내게 묻는다면 난 지체없이 말할 것이다.
"사람은 언어를 쓸 줄 압니다."
말을 하는 동물도 있다고 반박을 할 수도 있겠다.
허나 입 밖으로 나오는 소리라고 전부 말이 아니다.
89
가끔은 말로는 형용할 수 없는 것들이 떠오를 때가 있다.
나는 그것을 머리로 이해하려고, 남들에게 보여주려고 있는 힘껏 노력했었다.
그런 표현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들은 가끔은, 정말 가끔은 있는 그대로 내버려두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 같다 . 세계에 존재하는 난제들이 한 번에 해결된다면 인생이 무슨 재미가 있을까?
내 능력을 벗어난 것은 잠깐 내려두자.
고속도로를 지나치면서 쉬기 싫다면 휴게소를 지나쳐도 좋듯이, 휴게소를 들르는 것도 그리고 그냥 지나쳐가는 것도 나의 선택에 달린 것이다. 거기에 정답은 없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