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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은 Apr 07. 2021

이모는 옷을 매일 사

나의 애정하는 생활



나에게는 내 딸 보다 어린 조카가 있다. 언니가 몹시도 딸을 원하더니 다행히 딸을 얻었다. 조카 녀석에겐 좀 미안한감이 없지 않다. 먼저 본 내 딸이 어른들의 사랑을 독식했기 때문이다. 저로서도 언니에겐 첫딸이자 하나밖에 없는 아이인데, 집안에서 늘 둘째 취급을 받는 것이다.


녀석도 그런 걸 아는지 누가 귀여워해 줄라치면 멋쩍게 돌아선다. 어릴 때는 짜구났다고 할 정도로 마른 몸에 많이 먹어 올챙이배이던 것이, 요새는 작은 얼굴에, 톡 튀어나온 짱구 머리에 크면 제법 공부도 할 얼굴이다.


딸과 조카는 같은 태권도장에 다닌다. 아이들은 관장님을 간장게장님이라 부른다. 간장게장님은 우리 아이들이 오면 주주 자매 왔다고 귀여워하신다.



일하는 언니가 근거리에 사니, 조카를 볼 일이 많다. 이모라고 해주는 것은 한 끼의 밥이나 간식이다. 먹을 것을 주는 사람을 이모라고 부르기도 하니까 나로서는 내소임을 하는 셈이다.


요새는 조카의 공부가 걱정이다. 소근육 발달이 어쩌고저쩌고 하는 조카 담임의 쓴소리가 언니의 불안을 자극했다. 가뜩이나 워킹맘의 비애를 느끼는 언니다. 아이 공부 늦는 것이 모두 자기 탓인 것만 같은 언니 때문에 조카 공부는 나에게도 숙제다. 엄마가 아닌 집안 어른이 공부를 봐주면 아이는 잘 따라온다. 나 역시 삼촌에게 한글을 배웠다. 작은엄마가 받아쓰기 100점 받아 오는 날, 달달한 딸기 아이스크림을 준비해 놓으셨다. 미국으로 이민 가는 삼촌의 이해의 선물이었다.



언니보다 나는 옷이 많다. 언뜻 일하는 언니가 옷이 많을 것 같지만 취향이 까다롭지 않은 나에게 유혹하는 물건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어느 날 조카와 딸과 동네를 돌았다. 바람과 햇살이 좋은 날, 들뜬 마음에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옷가게에 들어섰다. 기분 좋게 옷을 구매하고 나왔다. 이모의 기분을 아는지 모르는지 조카가 쿨내 나게 한마디 한다. "이모는 옷을 매일 사. "


이번 봄에는 조카 옷을 한벌 사고 싶다. 야리야리한 조카에게 맞게 원피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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