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토마토가 제철인 모양이다. 마트에 가면 잘 익은 토마토가 한 봉지씩 쌓여있다. 몸에 알레르기도 그렇고,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들이 많다. 그런데 나의 몸에 생기를 불어넣어 주는 것들이 있다. 그중에 토마토, 사과, 오렌지, 귤 같은 과일들이 그렇다. 겨울철에는 탈모에 좋다고 귤을 많이 먹었다. 귤의 하얀 껍질 부분이 탈모에 좋다. 우리는 떼고 먹지만, 나는 귤에 붙은 흰 부분을 소중히 먹었다. 머리카락이 무성해 지기를 바라면서...
생각해 보면, 5월이 1년 중에 제일 좋을 때다. 오죽하면 계절의 여왕을 5월이라 했을까? 어린 시절 5월이 지나서 슬그머니 여름의 향기가 나기 시작하는 것은 토마토를 먹을 때 그랬던 것 같다. 간식거리가 풍부하지 않으니, 엄마는 토마토를 잘라 설탕을 뿌려 먹으라고 곧잘 주셨다. 토마토의 탱글탱글한 과즙도 즐기고 껍질의 찰박함도 좋았다. 토마토 껍질을 싫어하는 사람은 토마토를 살짝 데치기도 하지만 나는 그냥 껍질 있는 대로 즐겨도 괜찮은 것 같다. 화룡 점점은 토마토 국물이다. 설탕 뿌린 토마토를 다 먹고 나서 마시는 토마토 국물.. 달큼하고 시원해서 왠지 먹고 나면 기분이 상쾌하다.
며칠 전 몸이 많이 안 좋았다. 자주 가는 약국 선생님은 나에게 찬기운이 도는 음식을 피하라고 했다. 밀가루나 냉커피 같은 것은 되도록 먹지 말라고 했다. 그런데 사람은 자기에게 독이 되는 줄 알면서도 자꾸 그것에 끌려가는 것이 있다. 나는 밀가루도 자주 먹고, 냉커피는 아주 좋아한다. 요샛말로 얼죽아다. 겨울에도 자꾸 냉커피를 먹던 버릇이 계속되었다. 탈이 나기 시작한 건 몇 년 전부터.. 여름에 냉커피를 하루에 3잔씩 먹다가 어지러움에 시달렸다. 계속되는 어지러움에 커피를 좀 줄였다. 며칠 전에 또 병이 도져 찬 음료에 밀가루 빵을 연신 먹었다. 며칠 끙끙거리고 토하고, 뒷골은 아직도 당긴다. 그런데, 체기가 좀 내려가게 된 것이 엄마가 주신 토마토를 먹고부터이다. 옛날처럼 설탕을 듬뿍 뿌려 주신 토마토. 찬기가 가시고 천천히 씹어 삼킨 토마토는 나의 위장병을 회복시켜 주었다. 올여름에는 찬것은 끊고, 토마토를 달고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