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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은 Apr 10. 2021

글쓰기와 매체

쓰고, 그리고, 키우며 삽니다


 매체는 글을 담는 그릇이다. 글이 본질인데, 글은 물과 같다. 그릇에 따라 모양이 변한다. 나는 몇몇 매체를 거쳤다. 정확히 말해서 나는 돈을 버는 전업작가가 아니라 내 글을 실어 주는 매체에 따라 내 글은 변했다. 처음에는 배운 것이 도둑질이라 배운 글을 써야 했다. 배운 글은 대학과 대학원에서 배운 미술평론이다. 미술평론은 어려운 글이다. 딱딱하기도 하다. 재미없는 미술평론은 침체되어 있다. 신춘문예에 한번 미술평론을 응모해 본 적이 있다. 우연히도 우리 과 교수님이 심사위원이었는데, 내 글은 최종 심사평에 들지 못했다. 떨어진 글도 다시 보자. A4 9장의 글은 쪼개졌다. 쪼개고 다듬고 벼렸다. 그리고 다시 소생된 글은 새 매체를 만났다. 그렇게 올리고 보니, 쓸만해 보였다. 구글에 들어가서 하는 키워드 검색은 내 즐거움의 하나가 되었다. 여기서 확장되어 나와 같은 키워드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나는 대학원 시절부터 은둔과 전통이라는 키워드로 관심을 가지고 글을 조금씩 써왔다. 놀랍게도 이 두 키워드는 확장되고 있었다. 요즘 읽은 책은 신기율 선생님의 <<은둔의 즐거움>>이다. 신기율 선생님은 알고리즘이 안내해준 사람이다. 또 하나 알게 된 책은 <<은둔 기계>> 이 책은 곧 읽을 예정이다. 


내가 거쳐간 매체는 아트사이트, 블로그, 소식지, 전시도록, 책 등이다. 블로그는 습작을 쓰는 공간이었다. 조잡한 에세이 습작에 친구 두 명은 댓글을 달아주었다. 내가 좋아한 에세이는 나를 싫어한다. 내 글이 깜짝 관심을 받았던 적이 있다. 맘 카페에 남편의 짠내 나는 일상을 스스럼없이 썼다. 맘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평론을 쓸 때는 책을 읽고 형식을 가듬고, 논리를 확장해야 했다. 에세이는 더욱 어렵다. 무엇도 정수를 맛보진 못했다. 그래도 내가 관심 있어하는 키워드가 사회에 확장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즐겁다. 

매체가 더 다양해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관심사, 키워드가 같거나 다른 사람들과 소모임을 하고 싶다. 무슨 말들을 할까? 저마다 다양하고 깊은 말들을 쏟아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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