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재은 Mar 26. 2021

마리아

쓰고, 그리고, 키우며 삽니다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님, 기뻐하소서. 주님께서 함께 계시니 여인 중에 복되시며, 태중의 아들 예수님 또한 복되시나이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님, 이제와 저희 죽을 때에 저희 죄인을 위하여 빌어 주소서. 아멘.”  


  아이가 불량식품을 너무 먹는 것 같아 타이르다가 대드는 아이에게 소리를 지르게 되었고, 결국 집에와서 아이에게 윽박지르다 지쳐, 아이 이마에 손을 얻고 성모송을 외웠다. 일상은 잔잔한 듯 해도, 한번씩 파문을 일으켰고, 그때마다 내 마음은 요란한 파동이 일었다. 다른 방법이 별로 없었다. 나에게 이런 요동을 잠재울 방법은 물을 만나는 목욕을 하는 일과 성모송을 외우는 것 뿐이었다. 나의 불안은 뿌리가 깊어서 아이와 관련된 일거수일투족에 예민한 안테나가 작동했다. 이를테면, 파란불, 노란불, 빨간불 중 파란불이 잠깐 깜빡이는 것 뿐인데 나에겐 자주 빨간불이 들어왔다. 이럴때마다 아이를 괴롭힐 수는 없었다. 엄마가 내색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평온하다. 어느 순간부터 고등학교때 잠깐 성당에 다닐때 배운 성모송을 외웠다. 달리 방법이 없었다. 성모는 어머니이기 때문에 내 마음을 잘 이해해주실 것 같았다. 지금은 어느 종교모임에도 나가지 않지만, 누군가에게 기도한다면, 예수를 잃은 마리아가 가장 깊은 모성을 가지고 있을 것만 같았다. 모성은 타고나는 재능처럼 아무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학자도 있지만, 나는 아이를 낳고 보니, 머릿속에 프로그래밍 되어있는 것처럼 모성은 엄마에게 주어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날인가, 아이가 자반증으로 몇일 아팠다. 원래 자주 아픈아이가 아닌데, 계속 잠을 자고 아팠다. 피검사도 해봤지만 아무 이상이 없었다. 별이상 소견이 없다는 의사선생님의 말을 들었는데도 나는 걱정이 되었다. 그 와중에 꿈을 꿨는데, 모든 아파트가 폭파되고 무너지고 있었다. 전쟁이라도 났는지, 여기저기 무너지는 집들에 공포에 질려 잠에서 깼다. 아이의 건강이 무너지면 나는 지구종말이라도 올 것 같은 마음이었다. 누군가는 자반증 정도 가지고 유난이네.. 라고 생각할 지 모르겠다. 그때는 정말 지구종말이 올것 같은 불안을 느꼈다. 나는 빨간불이 자주 들어오는 엄마니까... 지금은 아이가 자기전에 이마에 손을 얹고 기도해 달라고 조른다. 마리아는 예수를 잃고 어찌 사셨을까? 문득 궁금해진다.

이전 03화 타자의 완성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