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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은 Apr 01. 2021

타자의 완성

쓰고, 그리고, 키우며 삽니다

 브런치에 작가가 되고 나서 경험하는 좋아요는 특별하다. 처음 브런치에 글을 올리자, 요란하게 휴대폰 진동음이 울렸다. 기분 좋은 진동음 몇 번에 끝나버린 좋아요.. 글을 올리면 몇 번에 좋아요를 받는다. 내 글은 좋아요나 댓글이 활발히 달리는 글은 아니다. 몇몇 독자가 글을 올리면 조용히 보고 나가는 글이다.


남을 아는 것은 지知, 자신을 보는 것은 명明이다. 그런데, 다른 사람이나 나 자신이나 나 자신을 보는 일은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글을 쓰는 작가나 그림을 그리는 창작자나 무엇인가를 창조하는 사람에게 여지없이 해당하는 일이다. 내게 여러 사람들과 함께 그림을 그린 경험은 있었다. 그때 나는 내 그림에만 빠져있었다. 무언가 잘못된 거 같은데 보이지 않았다. 답답한 마음은 차고도 넘치는데, 개선할 방법이 없었다. 바른 선생님은 계속해서 완성도가 높은 그림을 공수해 오셨다. 우리보다 나이가 많은 30살이 넘는 나이에 준비하는 사람의 그림이었다. 나와 친한 언니는 자기가 입시학원에서 많은 그림을 봤지만 그 사람 그림은 정말 뛰어나다고 이야기했다. 완성도가 높은 31살의 그녀의 그림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공개되었다. 다른 학원을 다니는 사람이었는데, 자신의 경쟁자와도 같은 우리에게 자기 그림을 보내주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녀는 자신이 있는 사람이었다.


 몇 번의 편입 실패로, 여러 가지 경험을 했다. 당시 미대 편입은 실기와 성적, 그리고 영어시험이었다. 실기학원에 같이 다니던 친구랑 도서관엘 가면 그 친구는 자신이 공부가 안 되는 날에는 방해를 했다. 나가 놀자 그러거나 쪽지를 계속 보냈다. 물론 그 당시엔 잘 몰랐다. 지나고 보니, 자신은 공부가 안되는데 내가 공부를 하자 불안했던 것이다. 아무튼, 여러 학원을 다니니, 여러 학생들을 만났다. 한 번은 무슨 일로 내가 3시간 연필 정밀 시험을 잘 봤다. 20명 가까이 되는 학생들의 그림을 붙여서 놓았는데, 그녀(31살의 그녀는 선생님이 되었다.)와 바른 선생님이 내 그림 앞에서 계속 이야기를 나누었다. 강평하는데 역시 내 그림을 칭찬했다. 드문 일이었다. 기분이 좋은 마음이 가시기도 전에 평소 친하지도 않던 학생 하나가 같이 집에 가자고 했다. 지하철 안에서 내 그림을 좀 보자고 했다.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그녀는 진지했다. 나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그리곤 곧 날아든 소식. 그녀의 합격 소식이었다. 바른 선생님의 말로는 그녀가 그 후로 정말 열심히 그림을 그렸다는 것이다. 어딘가 허탈했다. 나는 예비합격이었다. 그때 당시 왜 나는 다른 사람의 그림을 보지 않았을까?


  다른 사람의 그림이 내 그림의 완성이라는 것을 그때는 왜 몰랐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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