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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은 Mar 23. 2021

수채화

쓰며, 그리며, 키우며 삽니다

 나는 편입학원에서 그림을 처음 배웠다. 고등학교때 미대 가겠다는 소릴 했지만, 좌절되고 사회로 나갔다. 

사회에 내자린 없었다. 사회가 괜히 나를 싫어했는지 내가 사회가 싫어하는 짓을 했는지 모르겠다. 일찍 사회로 나갔다 빽도가 되고선 고등학교때 꿈을 펼쳐들었다. 학교 다닐때 그림 잘그린단 소리를 들었던 것에 들떠 학원엘 갔지만 그중에 나는 그렇게 뛰어난 학생이 아니었다. 정밀묘사는 할 수록 어려웠고, 그림이 이상해 지다 못해 스케치북의 종이가 까지기도 했다. 걷잡을 수 없이 이상해진 그림에 나와 친한언니는 오전반 선생님에게 기대기 시작했다. 선생님은 실력이 뛰어났다. 우리보다 몇살 많지도 않았는데 뛰어난 실기로 편입을 하셔서 학원에 스카우트 된것이었다. 선생님은 바른선생님이었다. 바른선생님은 바른말도 잘하셔서 칭찬을 함부로 하지 않았다. 나는 이상하게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날에는 선생님이 "재은씨 오늘 그림이 왜 이래요?" 하시고, 내가 정말 힘들고, 참 그림이 마뜩찮을때 "재은씨 그림이 많이 늘었어요"라고 칭찬해 주셨다. 마치 선생님이 나의 마음을 읽고 있는것 같았다. 그림이라는것이 요상해서 자신이 잘 그렸다고 생각하는 날에는 여지없이 배신을 때린다. 아프고 힘들게 그린날의 결과물이 좋다. 선생님께 "선생님 색채도 해볼까요?" 연필정밀만 하던 나는 다른학생이 색채정밀을 하자 부러워 물었다. "재은씨는 연필만 하세요." 그말은 "재은씨는 색채는 재능이 없어요."라는 말로 들렸다. 이상하다. 꿈을 꿔도 색깔있는 꿈을 꾸는데 나는 왜 색채에 재능이 없지? 그런 생각이 들자 조금 우울했다. 그리고 그림보단 미술이론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림보다는 공부가 나을거야. 나와서 직업도 그렇고.. 


 다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건 딸아이가 학교에 들어가서 물감을 사고 부터다. 둘이 그림을 그리다 수채화를 그리고 싶어졌다. 나는 색채를 못하는데... 그래도 수채화를 그리고 싶었다. 어느날인가. 몸이 아픈날 어렵사리 책을 보고 옛 그림을 찾아 따라서 수채화를 그려보았다. 이상하게 그날 그린 그림은 사람들이 좋아했다. 집에 걸어놓으니 모두들 한마디씩 했다. 그림을 그려달라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 수채화를 그려보자. 취미미술이면 어때. 내가 좋아하면 그만이지. 그날 그린 그림은 아직도 아이방문에 걸려있다. 아이그림과 나란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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