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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은 Mar 22. 2021

빈 구석

쓰며, 그리며, 키우며 삽니다

 

  얼마전 답답한 마음에 철학관을 갔다. 철학을 했는데 이름은 왜 도령인지 모를 *도령이 나더러 사주에 불이 없으니 없는대로 살라고 말했다. 언젠가는 사주보는 이가 불이 없으니 빨간빤스를 입으랬는데, *도령은 없는대로 살라는 다른 해석을 내놓았다. 그말에 왠지 꽂힌다 없으면 없는대로...


남편은 자기 팔자에는 돈이 별로 없는것 같다며 시간외수당에 집착한다. 오늘은 1시간 만원 벌고 왔지~ 라며 뿌듯해 할땐 정말 짠하다. 맞벌이도 못해주는 아내때문에 고생인게 미안해 틈틈이 나와 아이가 누리고 있는것들에 대해 피력한다. "자기야 나만큼 동네에서 카페 자주 가는 사람없어 얼마전에 *커피에서 선물보냈어 vvip라고.. 나같이 마음이 여유롭게 사는 사람 없어 ." 아무리 얼러봐도 호캉스라는 고급문화에 눈뜬 남편을 달랠길은 없다. 자기가 돈을 많이 벌면 롯데호텔의 호캉스나 제주여행 쯤은 웃으면서 하고 고급레스토랑에 가서 고기가 질기다는 컴플레인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외수당을 받아 온 날 아이에게 만원을 내밀다 도로 넣는다. 결국 돈을 위해 돈을 버는 꼴이다. 나와 아이를 위해 돈을 번다던 그이의 낙은 통장정리가 되버린지 오래다. 결국 돈이 눈처럼 쌓여 있는걸 보고 싶은건가? 시험공부 좀 열심히 해서 성적 오른 아이마냥 월급명세서를 성적표 나왔다며 내민다. 하도 이러니 내 조급함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빨리 나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글이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돈벌어 볼까 싶을때도 많다. 친한엄마가 한마디 한다. "*주아빠는 *주엄마가 30을 벌어도 300을 벌어도 그렇게 살거야. *주엄마 살던대로 살아!" 우리에게 삶이 오늘날 일용할 양식을 주시면 된거 아닌가? 남편에게는 들리지 않는다. 그는 오늘도 시간외를 하고 퇴근한다.  어서 오소! 당신 좋아하는 스테이크 구워놨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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