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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은 May 13. 2021

누구나 늙는다

나의 애정하는 생활

간밤에 몸이 아팠다. 그런데 이상하게 꿈은 재밌었다. 나와 친한 언니 두 명이 호프집에 들어갔다. 단체석이 있었는데 열댓 명의 래퍼로 보이는 사람들이 앉아있었다. 젊은 힙 돌 이과 힙순이들이 앉아 있는데, 테이블에 딱 세 자리가 남아있어서 합석을 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가 그건 아닌 것 같아 다른 테이블을 보자 치우지 않은 몇 개의 테이블이 있었다. 주인에게 치워달라고 해도 보이지 않는 주인이었다. 문득 드는 생각이 우리가 낄 곳이 없네... 언니들에게 다른 곳에 가자고 말했다. '젊은 사람들 오는 곳인가 봐.'... 나가면서 크게 소리쳤다. "너희들도 늙는다 늙어!"  소리를 시원하게 지르며 깼다. 몸은 아픈데 우스웠다. 내가 나이 드는 게 꿈에서도 나오네.. 아직은 젊다고 생각해도, 얇아진 모발과, 처진 눈을 보면 2~3년 새 부쩍 나이 든 걸 느낀다. 나이 앞 자릿수가 바뀌면서 가파르게 컨디션은 난조를 보인다. 꼭 4월 날씨 같은 내 몸.. 언젠가 4월에 날씨는 맑은데, 바람은 불고, 좋은 것도 나쁜 것도 아닌 가지가지 하는 날씨인 날이 있었다. 딱 어제 나의 몸이 그랬다. 어제 카페에 가서 마신 음료가 문제였다. 얼음을 적게 달라고 했는데, 내가 보기에 얼음이 많았다. 2~30대로 보이는 바리스타에게는 적은 양의 얼음이었다. 언제부터인가 차가운 음료가 안 맞기 시작했다. 컨디션이 안 좋을 때 먹으면 여지없이 체기를 느꼈다. 딱 그때쯤부터였던 것 같다. 아이가 초등학교 입학하고부터.. 


요즘 늙어가는 부모님을 본다. 몸뿐이 아니라 정신마저도 나이 드시는 부모님이다. 가까이 사시는 두 분 다투시는 내용까지 다 알게 된다. 젊으나 늙으나 일이 많은 엄마는 이제는 쉬실 때이다. 그래도 생활은 늙은 몸이라고 봐주지 않는다. 몇 년간 책들을 뒤적이다 노경이라는 단어를 발견했다. 늙어서 절로 이르는 경지 노경. 인생을 잘 산다면 늙어서 이르게 된다는 경지이다. 집안 어른도 여럿 뵙고 지금은 시아버지, 엄마, 아버지 이렇게 세분의 노인과 가깝지만, 몸이 무너지는데, 당할 장사가 없다는 것을 간접적으로 느낀다. 늘 약국을 들락이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린 엄마.. 몸은 살아온 세월을 고스란히 흡수하고 있다. 지금은 괜찮을지 몰라도 나이가 들수록 잘못된 습관과 마음들은 몸을 괴롭힐 것이다. 잘 살아 내야지. 잘하려는 생각 없이 잘 살아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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