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초등고학년이 되면서 나는 부쩍 늙어갔다. 아이는 외동이고, 학교생활을 좋아하진 않는다. 정확히 말해, 지금 원치않는 학교공부도 안맞고, 어디서 유튜브를 많이 봐서 한국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사회는 늘 그래왔고, 개인이 하기나름이라는 결론으로 나는 항상 정신수양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하고 살고 있었다. '내탓이오, 내탓이오. ' 하면서..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외벌이의 서민가정에서 외동아이 하나 키우는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야 말았다. 머릿속에선 '지금부터 시작이야.' 하는 소리가 울리고 있다. 딸아이는 말도 제법 잘해, 집안어른들의 이쁨도 많이 받아, 어른들을 잘 따른다. 친구를 못사귀는 성격도 아니다. 친근한 면도 많아 자신의 말로는 저학년때는 인기도 조금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학원에 다니지 않는다. 나는 솔직히 말해, 우리의 아이들이 안쓰럽다. 저학년때부터 학원뺑뺑이를 돌아다니며, 과다한 학습에 치어사는 아이들이 안쓰러웠다. 그래서 우리아이는 집에서 학습지를 하고 있다. 그런데, 학원에 안가니, 고학년이 되자 아이들이 모두 바빠서 방과후에 놀수가 없다고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쉬는시간에 놀지?" 하면, 자신은 느린편이라 수업시간에 배운것을 정리해야 한다고 한다. 방과후 아이들과 맘껏 놀지 못하게 되자, 아이는 나를 치대기 시작했다. 어디를 가면, 따라가겠다. 집에 있어라. 주말에 외출하려면 못가게 하고.. 가장 마음이 아픈건 내가 화를 낼까 눈치를 보는 모습이었다. 울며불며 떼쓰는건 참을만한데. 위축되는건 마음이 조여왔다. 얼마전에, 아이가 '스즈메의 문단속'이라는 영화를 보자고 했다. 그러더니, 스즈메에 나오는 다이즌에 완전히 매료되어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조르기 시작했다. 대화해보니, 고양이가 있으면, 내가 외출해도 된다는 것이다. 맘카페에 "아이가 외로워서 고양이를 원해요. "라는 글을 보고, 맘들은 현실적인 조언들을 아끼지 않았다. 단순히 외로워서 고양이를 입양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이었다. 비용과 알러지유무, 고양이 환경부터 기본용품들도 알려주었다. 중요한건 고양이를 사랑해야 한다고 모두 입을 모았다. 요즘 새벽부터 잠에서 깬다. 나도 예술활동을 한다고 카페에서 글을 읽으며, 쓰는 돈이 한달에 10만원이 넘었다. 이제는 고양이를 위해서 한달에 10만원에서 20만원을 지출해야 하며, 고양이가 가져올 공간변화와 우리의 생활의 변화를 온몸으로 받아들일 공부를 해야한다. 내가 고양이를 사랑할때까지 아이를 설득해야 할까? 아이는 너무 간절하게 원하고 있다. 나는 다시 동물을 사랑하는 동심의 세계로 들어가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