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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은 May 17. 2021

간식

쓰고, 그리고, 키우며 삽니다

딸아이는 간식을 참 좋아한다. 처음 시작이 언제부터였는지 기억이 나지 않지만 하루 일상 속에 간식이 아주 중요하게 자리 잡혀 있다. 기억나는 것은 학교를 들어가서부터였던 것 같다. 1학년 아이들은 학교가 끝나면 곧장 학원에서 픽업을 오는 경우가 많다. 대개 픽업을 오는 학원은 피아노, 태권도 같은 예체능 학원이다.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다르게 바로 학원차를 잘 안 탔다. 무슨 유세인지, 간식 타령을 했다. "오늘 간식은 뭐야?"라고 채근하는 딸을 보면, 꼭 공부해서 엄마 주는 아이 같았다. 어디서 들은 건 많아서 아이는 자꾸 윽박지르고 때리면 안 된다기에 아이 간식에 신경을 쓰기 시작했다. 피아노 차량을 보내고 집에서 삶은 달걀과 요구르트를 비닐봉지에 싸서 가기도 해 보고, 좋아하는 치즈스틱을 튀겨 주기도 했다. 이런 엄마의 노력은 아는지 모르는지 과일이나 삶은 달걀은 아이 간식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조금은 자극적인 맛이 방과 후의 노고를 씻어주는 것 같았다. 내가 어린 시절 먹었던 불량식품은 여전히 학교 앞 작은 마트와 문방구에서 팔고 있었다. 아이는 천 원짜리 불량식품을 부지런히 먹기 시작했다. 간식은 지루할 틈도 없이 이것저것으로 옮겨 다니다 한참 정착한 것이 *살이 떡볶이였다. 손님에게 조금은 뚜한 주인 할머니가 운영하는 곳이다. 그 집 떡볶이는 아이들이 먹기에 맵지 않았다. 컵볶이를 부지런히 피아노 학원으로 배달하는 일은 아이 일이 학년 방과 후 나의 숙제였다. 컵볶이 배달을 부지런히 하며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는데, 아이가 오늘은 혜리가 뺏어먹어 다 못 먹었다고 이야기한다. 들어보니 아이 친구가 떡볶이를 뺏어먹은 모양이었다. 몇 번 그런 일이 있으니 어쩌나 싶었다. 미운 놈 떡 하나 주자는 마음으로 혜리의 컵볶이를 같이 사서 배달하기 시작했다. 한참 지난 후에 아이에게 "이제 혜리가 안 뺏어 먹어?" 하니 "응!" 한다. 미운 놈 떡 하나 주니 예쁜 놈이 된 모양이었다. 한참 *살이 떡볶이를 먹던 혜리는 서울로 이사를 갔다. 피아노 선생님께 간식 감사했다는 인사를 남기고...


얼마 전에는 온라인을 마친 아이에게 소반처럼 작은 한상차림을 해주었다. 그래서인지 녀석이 요즘 생기발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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