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재은 Jun 01. 2021

아끼는 것들

나의 애정하는 생활


커피를 좋아한다. 냉커피를 참 좋아한다. 여름의 청량함은 냉커피를 담은 유리잔에 있는 것 같다. 아이가 어릴 때 여름날 가족끼리 근교로 바람을 쐬러 갔다. 무엇을 즐겁게 구경할 새도 없이 땡볕더위에 늘어져 버렸다. 손님도 없는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라테를 시켰다. 적재적소 커피였다. 늘어진 몸에 고무줄처럼 팽팽하게 조여준 긴장감과 청량함이었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아이스커피를 유독 좋아하게 된 이유가..


봄비가 좋다. 을씨년스러운 비 말고 포근히 내리는 봄비.. 3월에 내리던, 5월에 내리던, 봄을 알리는 비가 있다. 기온이 많이 내려가지 않고, 바람도 없는 날 촉촉하게 내리는 봄비. 그런 날이면 시원하게 맨발을 드러낸 신발을 신고 걸어보는 걸 좋아한다. 공기도 좋고, 발아래 촉감도 좋다. 깨끗하고 포근한 봄비는 오래 머무르지 않는다. 잠깐의 이벤트처럼 마음을 다독이고 그친다.


농담을 좋아한다. 주변인들의 삶. 어제오늘 있었던 일들. 만난 사람들 이야기. 누구는 분투하는데 남들이 보면 욕심인 이야기들. 양손에 떡을 쥐는 어린아이 같은 모습들에 웃음이 헤헤. 너나 나나.

딸아이의 신나는 장난이 좋다. 코를 찡긋거리며 킁킁거리고 나비 이빨을 드러내며 히 웃는다. 치과에서 나비모양으로 이빨이 나니 교정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에 "나비 이쁘잖아. 헤헤." 자신이 특별한 이빨을 가진 듯이 기뻐하던 어린아이 마음. 대장금을 좋아해 생각시 머리를 따라 한다며 참빗에 곱게 빗어 넘긴 외할머니 같은 머리를 하고 좋아하는 딸아이. 그런 마음을 아낀다.

이전 14화 엄마의 맛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