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앞에 가보고 싶어. 그때 먹었던 메추리알 꼬치 먹고 싶어." 언젠가 친구가 여고 때 먹었던 떡꼬치와 메추리알 꼬치가 먹고 싶다고 했다. 내 친구는 유독 고등학교 3년 생활을 그리워한다. 나는 우리가 입시에 치열할 때 너무 철없이 놀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말해주고 싶지만, 그렇게 말하지는 않았다. 명문대 가겠다고 매일같이 공부만 했다면 추억도 없었겠지.. 친구는 학교 다닐 때는 놀았어도 편입에 성공해서 지금 대기업에 잘 다니고 있다. 학교 다닐 때 공부랑 사회의 근력은 또 다른 문제인 것 같다.
아무튼 그 친구나 나나 유독 좋아하는 음식이 있는데, 떡볶이다. 떡볶이는 우리 세대부터 적극적으로 좋아한 음식 같다. 운 좋게? 떡볶이 맛집을 끼고 학교생활을 했다. 중학교 때 친구가 포장마차에서 떡을 크게 썰어 파는 떡볶이 가게를 데려갔다. 그동안 먹어본 떡볶이와 다르게 가래떡을 반 갈라 다소 매운 양념에 조리한 떡볶이였다. 그 가게는 아직도 내가 살던 동네에 있다. 그 골목은 떡볶이 가게가 작게 몰려있다. 큰 골목은 아닌데, 터가 그런지, 떡볶이 가게가 잘되는 골목이다. 그 옆에 즉석떡볶이집이 있는데, 졸업하고는 주로 그곳에 갔던 것 같다. 내 친구와 나는 성인이라 조용히 떡볶이를 먹고 나왔는데, 주인 할머니가 옆에 중고생들이 떠들면, "조용히 먹어! 여기 언니들처럼!"하고 학생들을 타박했다. 주인 할머니는 시끄러운 걸 싫어하셨다. 할머니가 가게에 대장이라 아무도 토 달지 않고 먹었다. 동네에서 뵙고 인사드리면 조용히 먹는 나는 좋아하셨다.
얼마 전에 서강 분식에 다녀왔다. 고등학교 때 독서실 다니던 골목에 있던 서강 분식. 식빵 튀김을 유독 좋아했는데, 아쉽게도 그건 못 먹고 왔다. 주인 아주머니가 옛 모습을 간직하고 계셨고, 나의 수선스러운 아는 체에 담담히 대꾸해 주셨다. 학교 다닐 때 자주 왔다고 말씀드려서 그런지, 접시를 큰 걸 고르라고 하셨다. 한가득 담긴 떡볶이를 먹고, 그날은 참 즐거웠다. 딸아이도 떡볶이를 잔뜩 먹고 간식을 조르지 않았다. 다녔던 독서실 건물에 이름이 바뀐 독서실은 그대로 있었다. 물론 내부 시설은 말끔히 달라졌지만 말이다. 변하지 않는 것들이 그리워지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