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애정하는 생활
진열대에 투명한 알에 불투명 핑크 테를 두른 안경이 눈에 들어온다. 다른 것을 써보아도 계속 눈이 가는 물건이다. 핑크 테 안경은 유난히 내 눈의 단점을 가려준다. 안경을 오래 쓰다 보면 눈이 부엉이처럼 나온다. 눈 밑에 쳐진 살도 가려주는 센스 있는 핑크 테 안경이다. 가격을 보니 평소 내 안경의 세배 정도의 가격이다. 역시 가격까지 착할 수는 없는 것 같다. 스쳐가는 수많은 물건 들 중 그것은 계속 마음에 머무른다. 가만히 있으면 떠오른다. 일단 저지르고 볼까 싶기도 하지만 쓰고 있는 안경도 바꾼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이다.
얼마 전 옷장에서 꽤 비싸게 준 옷이 옷걸이에만 걸려 있는 것을 봤다. 우리 집 꼬마 녀석들이 놀이할 때 입고 설치면, 비싼 것은 놔두라고 야단치곤 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살 때 느꼈던 설렘, 즐거움은 다 가라앉고, 주위에 있는 쓸모 있는 다른 옷들보다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는다.
엄마는 내가 옷을 사면 한 마디씩 한다. 또 싼 걸 샀지? 왜 자꾸 싼 걸 싸냐! 비싼걸 하나 사서 오래 입어라. 어쩐지 지금 입은 게 고급스러워 보이진 않는다. 등등.. 그러면 나는 "집에 있는 사람이 뭘 비싼 걸 입어. 입고 나갈 때도 없어." 하고 뚱하게 대꾸한다.
옷장에 있는 고급 원피스를 보자니 결혼식이 있다면 한번 입어볼 만하다는 생각도 든다. 그런데 요즘은 갈 결혼식도 없다. 생각해 보니 고급 원피스는 살 때만 좋았던 것 같다. 귀한 물건을 소유할 때 오는 쾌감! 내 눈에 요즘 아른거리는 핑크 테 안경도 사고 나면 이런 설렘은 곧 사그라들겠지. 아구 아쉬운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