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볶이는 정말 맛있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을 한 가지만 말하라면, 좀 망설이겠지만, 그래도 떡볶이가 아닐까 싶다. 남편은 나를 만나기 전에는 떡볶이 맛을 잘 몰랐다. 정확히 말해서 잘 접하지도 못했고, 관심이 없었다. 결혼을 하면서, 우리는 서로를 조금씩 흡수했다. 남편과 처음 만나던 날, 그는 나에게 "요리 잘하세요?"라고 물었다. 아무래도, 만남 자체가 결혼을 전제로 하였기 때문인지, 그런 것이 궁금했나 보다. 나는 몇 가지는 할 줄 안다고 했다. 그리곤, 남편은 무슨 음식을 좋아하는지 물었다. 나는 "떡볶이요."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떡볶이는 만드는 방법은 간단한데, 정말 맛있는 수준으로 만드는 건 쉽지 않은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는 건 곧잘, 함께 먹은 사람과의 추억을 소환하는 일이다. 남편은 그렇게 나랑 결혼하고, 떡볶이를 자신의 음식으로 받아들였다. 엄마가 이사 오기 전에 동네는 유명한 떡볶이집이 있는 곳이어서, 종종 포장을 해와서 먹기도 했다.
얼마 전에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가기 전에 남편의 로망은 랍스터 떡볶이였다. 제주도의 호텔에서 판매하는 랍스터 떡볶이.. 랍스터 떡볶이는 남편이 생각할 수 있는 가장 호사스러운 음식이었다. 가기 전부터 들떠, 랍스터 떡볶이는 꼭 먹어야 한다는 둥.. 제주도 가는 날만 바라본다는 둥.. 난리였다. 나는 살짝 걱정이 됐다. 하루에도 스무고개를 하는 내 컨디션이 놀러 가서 안 좋으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들었다. 그의 로망을 망치고 싶지 않았다. 남편은 신혼여행 때 묵었던 호텔을 고집했다. 아련한 향수를 일으키는지, 제주도를 가면, 꼭 그 호텔에 묵었다. 호캉스는 언제부터인가 우리 식구의 여가생활에 깊숙이 들어왔다. 남편은 평소에 맛있는 음식을 자주 먹으러 가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호캉스에서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호사를 누리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예상한 대로 나는 제주에서 골골댔고, 랍스터 떡볶이를 충분히 즐기지 못했다. 처음 우리의 식탁에 떡볶이가 놓였을 때, 남편은 탄성을 질렀다. 마치, 그가 이 순간을 위해 올해 달려온 것 같았다. 그리고, 그는 내년에도 제주도를 기약했다. 그때는, 어떤 음식을 소원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