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재은 Mar 13. 2024

50대는 왜 짠할까?

중년세계

"자기야, 이제 봄인데, 그 내복 좀 벗음 안될까?" 남편은 봄이 와도 내복을 벗지 않는다. 요즘 날씨가 부쩍 풀렸음에도 불구하고, 경량패딩까지 껴입고, 그 위에 또다시 패딩을 입는 남편이다. 아메리카노는 항상 따듯한 걸 먹는다. 언제부터인가, 차가운 음료를 먹으면 화장실을 가는 그다. 그가 짠한 건은 또 있다. 박봉에 공무원으로 작은 국을 운영하는 그이지만, 국장다운 대우는 없다. 오히려 직원들 다 내는 월차도 몇 개월째 가지 못하는 그다. 6시가 땡 하면, 직원들은 칼퇴를 한다. 마무리 정리를 하고 나오는 것은 그의 몫이다. 언젠가 그가 사내 갑질에 대해 교육을 받았다 한다. 요지는 개인적은 것은 묻지 않는 것이 답이라는 것. 연차의 사유도 물을 수 없고, 오늘 옷이 이쁘다는 개인적인 이야기는 성희롱으로 고발의 여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다. 남편의 짠내는 요즘 뛰는 물가에 비해 오르지 않는 급여에도 있다. 20년이 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지만, 고물가 시대에 외벌이의 그의 급여로는 짠내를 풍길수 밖에 없다. 커피숍에 가도 "자기야, 우리 조각케이크는 급여 들어온 다음에 먹자! "라는 그가 몹시도 애처로운 것은 나의 마음뿐일까? 50대가 짠한 것은 여러 이유가 있다. 자녀는 성장해서 계속해서 사교육비는 오르고, 부모님은 연로하셔서, 건강하시기만을 기도할 수밖에 없다. 40대까지 직장이던 가정이던 열심히 달리던 습관은 남아있지만, 전 같지 않은 몸은 자주 고장이 난다.

"엄마, 우리 관장님 점심도 못 드신 거 같은데?" 아이 태권도 관장님도 남편과 같은 50대이다. 관장님은 정말 열심히 사신다. 태권도 차량을 운행하시다, 학부형을 마주치면, 꼭 인사를 잊지 않으신다. 우리 아이들에 대한 사랑도 지극하시다. "엄마, 우리 관장님, 감기 걸리신 거 같아. 목이 쉬셨어." 언제부터인가, 딸아이는 관장님이 체하셔서, 토하셨다. 목이 쉬셨다는 이야기를 한다. 아이 초등학교 저학년 때는 아프신 것도 별로 못 봤는데, 얼마 전부터 부쩍 관장님의 컨디션은 좋지 않다. "엄마. 관장님이 아이들이 많이 줄었다고 의기소침해하셔. 1학년은 4반까지 밖에 안되잖아. 슬퍼." 태권도는 초등 저학년이면 많은 아이들이 등록한다. 체력단련, 예의범절, 놀이활동 등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는 곳이다. 그렇지만, 요즘 관장님도 나날이 줄어드는 아이들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신 듯하다. 더구나, 자녀의 독립은 아직 조금 더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 딸아. 관장 님하고, 아빠는 왜 그렇게 비슷하시니? 자기 몸 돌볼 줄도 모르고 열심히 사시는 것 말이야." "응! 짠해!" 언젠가 유튜브에서 가장 인구가 많고, 힘이 있는 세대가 70년에서 74년에서 태어난 세대라는 통계를 보고했다. 가장 인구가 많고, 경제활동을 많이 하는 세대라고 한다. 그런데, 그들은 자신을 위해 경제활동을 하는 세대는 아니다. 식구를 부양하는 전통적 가치관이 남아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해야 할까? 식구들에게 책임감은 막중한데 정작 자신을 위한 시간과 여유는 부족하다. 40대인 나는 자신을 위한 투자를 많이 한 최초의 세대이다. 교육도 많이 받았고, 경제적으로도 다른 위의 세대보다 유복했다. 경쟁을 많이 겪기도 한 세대인 것은 70년대생들하고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50대 보다 조금은 자신을 생각하는 세대라고 해야 할까? 나는 내가 먹고 싶은 것, 입고 싶은 것을 위해 별로 고민 없이 지출한다. 개인성향도 있겠지만, 세대 간의 분위기도 있는 것이다. 내가 기억하는 부모님의 50대 시절이 있다. 부모님이 가장 든든했고, 가장 힘이 있었다. 50대는 가장 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마냥 짠할 수 없는 50대이다. 나도 곧 50이 되어간다. 오십에는 잘 익은 과실같은 인생의 수확을 기대해 본다.


작가의 이전글 커피를 끊어야 하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