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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숙희 Sep 21. 2023

유럽의 이민자들

마르세유 여행기(4)

     그 후 따뜻한 날씨를 만끽하며 신선한 지중해 음식을 즐기는 동안에도 머릿속에서는 꽃을 팔던 아이를 계속 떠올리게 되었다. 부디 아이가 꽃을 팔던 날들마저 즐거운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을 만큼 잘 자라주길 마음속으로 빌었다. 동시에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지기도 했다. 어둠이 내리고 나면 마르세유 항구의 부랑자들이 어디에서 밤을 지내는지, 편안하게 몸을 뉘일 곳은 있는지 걱정이 되었지만 혹시나 궁핍이 불러온 나쁜 충동을 누르지 못하고 행인들을 상대로 해코지를 하지는 않을까 싶기도 했다. 그래서 매일 9시도 되기 전에 서둘러 숙소로 돌아갔었다.


     여행이 끝날 무렵, 마르세유를 여행하겠다고 했을 때 의외라는 반응을 보인 친구들이 이해가 되었다. 마르세유도 분명 매력이 있는 도시이지만, 바다를 보며 휴양하기에 더 적합한 관광 도시들이 많이 있다. 마르세유의 대표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마르세유 노트르담이나 롱샹 궁전도 다른 도시에서 보는 성당이나 궁궐보다 크게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다. 지인이 마르세유 여행을 한다고 하면 아마 나라도 니스 같은 관광으로 더 유명한 도시를 추천할 것 같기는 하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마르세유를 여행하며 세상을 평소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볼 수 있어 좋았다. 전에 먹어보지 못한 재료나 조리법으로 만든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즐기는 편이어서 끼니때마다 신이 났다. 평소 식사량이 적은 편인데 마르세유에서 매끼 먹을 때마다 전채요리에 메인, 디저트까지 꼬박꼬박 챙기다 보니 매일 2만보씩 걸었는데도 4박 5일 동안 2kg이 불었다. 프랑스 남부 지방 음식을 더 먹어보고 싶었는데, 안타깝게도 마르세유 이후 다른 남부 도시에 방문할 기회가 없었다.

(왼)블랙올리브를 갈아 만든 올리브 타페나드와 식전빵 (중)사르데냐식 빠에야 (오)투나스테이크/파떼깜빠뉴/병아리콩 파니스


     마르세유는 생각할 거리를 많이 던져준 도시로 기억에 남았다. 한낱 개인이 국제 난민이나 불법 이민에 관해 고민한다고 해결책이 나오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가 간 이동이 예전보다 훨씬 자유로운 시대에 살면서 마음속 깊이 와닿는 주제였다. 여행을 할수록 세상이 넓어지는 기분이다. 여행을 끊기 힘든 이유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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