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만일 타인에 대해 더 깊이 경험을 한다면, 그의 성격의 무한성을 경험할 수 있다면, 그 타인과 결코 그토록 친밀해지지 않을 것이며, 장벽을 넘어서는 기적은 매일 생길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 그들 자신은 물론 타인마저도 쉽게 탐색되고 쉽게 고갈된다.
모든 사람들이 가능한 한 타인들과 가까이 있으려 하나, 저마다 지극히 고독하며 인간이 분리상태를 극복하지 못했을 때 생기게 마련인 깊은 불안정감과 불안, 죄의식으로 가득 차 있다. 우리의 문화는 사람들로 하여금 의식적으로 자신의 고독을 깨닫지 못하게 도와주는 많은 완화제를 제공한다. 우선 기계적인 작업의 제도화된 엄격한 일상성, 이는 사람들로 하여금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망, 즉 초월과 합일에 대한 갈망을 깨닫지 못하게 도와준다. 이 같은 상투적인 것만으로는 여기에 성공할 수 없으므로, 인간은 판에 박힌 오락에 의해, 즉 오락 산업이 제공하는 음향과 시각의 수동적 소비에 의해 자신의 무의식적 절망을 극복해 간다. 더 나아가 늘 새로운 것을 사고, 그것을 타인과 교환하는 것에 만족해 하면서 자신의 무의식적 절망을 극복해 가는 것이다.
- <사랑의 기술> 에리히 프롬
인간의 기본적인 욕망, 즉 초월과 합일에 대한 갈망은 고독할 때 깨닫게 된다. 초월이란 개체적인 분리된 한 인간으로서의 나가 아니라 이 세상을 창조한 창조자로서의 전체인 무아를 만나는 경험이다. 사회 조직 안의 일부인 부품으로서가 아니라 이 세상 전체를 창조한 창조자로서 자신의 삶을 창조하고 능동적으로 모험하는 무아로서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존재로서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합일이란 분리된 개체로서의 미약한 나가 아니라 이 세계 전체가 곧 나라는 사실을 깨달아 모든 것이 나 아닌 것이 없고, 전체가 모두 나라는 것을 그것과 하나라는 것을 깨닫는 경험이다.
그러나 기계적인 작업의 제도화된 엄격한 일상성은 사람들로 하여금 초월과 합일에 대한 욕망을 깨닫지 못하게 한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하고, 일터에 가서 제도화된 규칙과 시간의 속박에 따라 거의 매일 똑같이 행동하고 일한다. 퇴근을 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직장에서 얻은 피로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 판에 박힌 오락, 오락산업이 제공하는 음향과 시각의 수동적 소비에 탐닉하거나 물건을 사고, 그것을 타인과 교환하는 것에 만족하거나, 무언가를 사는 행위를 통해 일시적 만족감을 얻는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언가를 할 때 깨어있는 자세로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 무엇을 하든 그것이 갖는 순간성을 잊지 않고, 모든 것에서 자신을 깨닫는 합일과 초월을 경험하는 것이다. 지금 이 순간 내가 하는 것 속에 합일과 초월의 가능성이 펼쳐져 있다. 깨어있는 눈과 정신으로 그것들을 한다. 이 세계 전체가 모두 나이고, 내가 창조한 것이며, 나는 개체적인 자아와 작은 나가 아닌 세계 전체와 하나이다. 그러한 인간의 본질적인 욕망을 실현하며 매 순간을 깨어있는 정신으로 산다면 모든 순간이 그에게는 천국의 순간이자 완전한 순간이 될 것이다.